남의 집 담장에 피어있던 장미 꺾어간 꽃도둑이 남기고 간 ‘손편지’

By 윤승화

집 담장에 심어둔 장미를 도둑맞은 주민은 장미 가지를 꺾어간 꽃도둑에 분노하는 대신 작게 미소를 지었다.

꽃 피는 봄이 찾아온 가운데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3년 전 이맘때 무렵 올라온 어느 누리꾼의 사연이 재조명됐다.

해당 누리꾼은 당시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집 대문 앞에 누가 꽃이랑 편지 남기고 갔는데 꽃도둑 귀엽잖아”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초록색 이파리가 싱싱하고 분홍색 꽃봉오리가 이쁘게 피어난 화분 하나와 노트를 찢어 가득 적어 내려 간 편지 한 장이 찍혀 있었다.

자신을 꽃도둑이라고 밝힌 같은 동네 주민이 쓴 편지였다.

“안녕하세요, 이 동네에 사는 주민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편지는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조심스럽게 이어졌다.

우연히 산책하다가 이 댁 담장에 너무 이쁘게 핀 장미를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꽃이 지기를 기다렸어요.

편지를 쓴 주민은 몇 번을 벨을 누르고 말씀드리려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담장에 핀 장미와 같은 종의 장미를 찾기 위해 꽃집을 여러 군데 다니기도 했지만, 찾지를 못했다.

그래서 염치없지만 담장 밖으로 넘어온 가지 하나를 잘라서 가져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래에 잘 심어서 뿌리가 나고 다시 아름다운 꽃으로 태어나면,

반드시 첫 번째 장미는 귀 댁으로 보내겠습니다.

Twitter ‘leanne0321’

주민은 편지를 통해 몇 번이고 “정말 죄송하다” 사과하며 “대신 제가 기르던 가랑코에를 두고 갑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오늘 물을 주었으니 일주일 후쯤 물 주기 하시면 될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내내 가슴이 두근거려 이렇게 쪽지를 남깁니다.

잘라온 장미는 소중히 키워서 꽃을 볼 수 있도록 잘 키우겠습니다.

늘 즐겁고 행복한 일만 일어나길 빌겠습니다.

-꽃도둑 올림-

해당 편지는 온라인상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4만 건에 달하는 좋아요와 리트윗을 기록하자, 해당 편지를 받은 누리꾼은 자택 담장에 피어 있던 장미 모습을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로코코라는 품종의 장미는 과연 살구색과 연분홍색의 하늘하늘한 꽃잎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장미는 가지를 꺾어 물에 담가 두거나 흙에 심어두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꺾꽂이라고 한다.

꺾은 가지가 뿌리를 내려 꽃도둑의 담장에도 아름다운 덩굴장미가 피어났다면, 이들의 동네에는 봄 공기에 향긋한 장미 향기가 가득할 것이다.

모두가 결국에는 함께 봄과 꽃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사연이 전해진 지 3년 가까이 지났다. 이제 누리꾼들은 새롭게 궁금해하고 있다.

“그래서, 장미 선물 받으셨나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