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 애틀랜타 올림픽 때다. 세계적인 양궁 제조업체 ‘호이트’는 최고 품질에 최신 기술이 적용된 활을 의도적으로 자국인 미국 선수들에게만 제공했다.
당시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 선수들은 이 활을 사려고 했지만, 호이트가 한국 양궁 선수들의 독주를 막기 위해 “팔지 않겠다”고 거부해 돌아서야만 했다.
이후 한국 양궁 선수들은 한국 업체 활을 쓰게 됐다.
그다음 올림픽인 2000 시드니 올림픽.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국내 업체가 만든 활을 들고 경기에 임해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러자 해외의 양궁 선수들도 한국산 활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이 국내산 활을 쓰고, 이를 따라 해외에서도 국내산 활을 사들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게 된 국내 양궁 제조업체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연구와 실험을 거듭해 호이트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품질의 활을 만들어냈고, 이는 또 다른 성장과 수익을 거듭 불러왔다.
반대로 그때까지 세계 양궁 활 시장 점유율 1위였던 호이트의 점유율은 낮아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자그만 신생기업에 불과했던 국내 활 제조업체, ‘윈앤윈’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해 2011년 마침내 호이트를 넘어섰다. 이는 호이트에게도 충격이었다.
심지어 호이트는 “윈앤윈의 장비 제조 설비를 견학하고 싶다”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윈앤윈은 공장 견학을 허락했다.
최대 경쟁사에게 공장을 다 공개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토종 기업 윈앤윈은 현재 세계 최고의 양궁 활 전문기업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며, 세계 양궁 장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측은 한 언론에 “세계 톱 랭커 90% 이상이 한국 활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안산, 김제덕, 강채영, 장민희 선수는 윈앤윈의 활을 사용했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전 세계 양궁 대표팀의 40%가 윈앤윈의 활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