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고양이 한 마리만…” 고려 시대 사대부가 새끼 고양이 달라고 부탁하며 지은 시(詩)

By 김연진

고려 시대 말, 사대부들의 구심점이었던 문신이자 유학자인 이색(李穡)은 성리학을 고려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또 정몽주, 정도전 등의 스승으로 제자들에게 성리학을 가르쳤다.

그런데 이색은 고려 시대 대표적인 ‘애묘인’으로도 유명하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다”라는 작품을 지을 정도로 고양이를 예뻐하고, 사랑했다고 한다.

이색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모습은 그의 동료, 제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KBS

고려 말 문장가인 이첨(李詹)도 집에서 고양이를 길렀는데, 어느 날 고양이들이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광경을 보면서 시를 쓰기도 했다.

그 시를 읽고 크게 감탄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첨의 친구이자 이색의 제자인 권근(權近)이었다.

권근은 시를 읽은 뒤, 직접 고양이를 키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친구 이첨에게 “새끼 한 마리만 달라”고 부탁하는 시를 써서 보냈다.

가난을 싫어하는 쥐가 걱정이라

주리다가 책장 쏠까 시름이라오

그대 덕화에 고양이 서로 젖 물린다지

주먹만 한 작은 새끼 한 마리 보내 주오

집도 나라처럼 하면 걱정이 없으리니

쥐가 부엌에 오가는 것을 용납할거나

고양이를 기르는 건 장수 양성과 같아

그 이빨 발톱으로 오랑캐를 평정하리

– 권근, 양촌집 中 –

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 Twitter ‘threepiecesuit’
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 Twitter ‘threepiecesuit’

위 내용과 작품은 책 ‘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에서 소개된 것으로, 책은 이 기록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확인되는 고양이 분양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한 누리꾼은 해당 부분을 캡처해 트위터에서 소개하면서 “한국 최초 문서로 남은 고양이 입양 기록이라고 한다. 너무 귀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