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초희귀종이 한반도, 그것도 북한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만 너무 흔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냥할 수도 있다.
다름 아닌 고라니다.
고라니는 국제자연보존연맹이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데, 사자, 하마, 치타와 같은 등급으로 분류됐다. 북한에서도 고라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수렵 대상으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개체 수가 많다.
전 세계 고라니 중 90% 이상이 한국에 산다.
최소 10만 마리에서 최대 75만 마리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귀하디 귀한 고라니가 한국에서 개체 수가 늘어난 건 1980년대 전후로 얼마 되지 않았다.
야생 호랑이, 늑대 등 포식동물들이 멸종에 이르면서 천적이 없어진 고라니가 한반도에 잘 적응했고, 숫자가 늘어났다.
요즈음엔 우리나라 전역에서 농촌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서도 흔히 목격되곤 한다.
하지만 고라니가 앞으로도 한국의 흔한 동물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한 해에 약 20만 마리에 가까운 고라니가 사냥당하고 있으며, 한 해에 6만 마리 이상이 로드킬로 죽는다.
여기에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 곳곳이 파괴돼 수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