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해안가에서 죽은 돌고래 한 마리가 발견됐다.
그런데 부검 도중 뱃속에서 태아 돌고래도 발견됐다.
엄마 돌고래와 아기 돌고래의 정체는 ‘웃는 돌고래’ 상괭이였다.
눈 뜨지 못한 아기 상괭이는 엄마 뱃속에서 어떤 바다를 꿈꿨을까.
150cm로 고래치고는 작은 몸집에 동그란 얼굴, 조용한 성격에 천진난만하게 웃는 표정.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인 ‘웃는 돌고래’ 상괭이는 우리나라가 최대 서식지다.
우리보다도 훨씬 먼저 한반도 바다에서 살아왔다.
사실 상괭이는 국제적인 멸종 위기종인데, 우리 어민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물에 잡히는 즉시 바다에 버려진다.
바다로 돌아가면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2~3분마다 올라와 우리 사람처럼 폐로 숨을 쉬는 포유류인 상괭이는 그물에 한 번 걸리면 물속에서 숨을 쉬지 못해 대부분 죽고 만다.
해마다 우리 바다에서 죽어서 발견되는 상괭이는 약 1,100마리에 달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던 토종 돌고래였지만, 지난 10년 사이 개체 수도 절반 넘게 줄었다.
이렇게 상괭이의 목숨을 위협하는 건 바로 그물이다.
바다에 드리운 그물에 의도치 않게 걸려드는 일이 상괭이 죽음의 80%를 차지한다.
특히 우리나라 어민들이 많이 쓰는 ‘안강망’이라는 그물이 있는데, 이 그물은 종을 가려서 잡는 그물이 아니라 상괭이까지 전부 빨려 들어가게 된다.
이에 지난해 정부는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해 탈출 장치가 달린 안강망을 보급했다.
그러나 탈출 장치 때문에 물고기도 빠져나가 어업량이 줄자 어민들의 불만이 커져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돈 벌려고 나오는 건데 상괭이 살린다고 어민 죽인다, 이건 안 맞잖아요”
상괭이가 죽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래서 왜 살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상괭이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많다.
전문가에 따르면, 상괭이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도 엄청난 데다가, 상괭이가 이동하면서 물속 영양소나 에너지를 섞으며 전달해주는 기능을 하고, 상괭이가 배설하는 배설물들은 플랑크톤 수를 늘려 수산자원을 풍요롭게 한다.
지금 당장 상괭이가 죽는다고 해서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은 오산이라는 설명이다.
타고난 미소 때문에 숨을 쉬지 못해 고통스럽게 죽어가면서도 웃는 얼굴로 숨을 거두는 상괭이.
위 소식은 지난달 31일 KBS 산하 콘텐츠 유튜브 채널 ‘크랩’을 통해 공유되며 보는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런데 영상이 공유된 이날은 ‘바다의 날’이었다. 그리고 이날도, 여수에서 죽은 상괭이가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