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수화를 배운 침팬지에게는 자신을 돌봐준 사육사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2011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프로젝트 님’이 재조명되고 있다.
영화는 ‘님’이라는 침팬지의 일생을 따라간다.
1973년 11월,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의 허버트 테라스 심리학 교수는 출산 직후 어미에게서 새끼 침팬지 한 마리를 데려왔다.
“언어는 인간만의 능력일까”라는 주제에 관한 연구를 위해서였다.
침팬지에게는 ‘님(Nim)’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님은 인간의 모유를 먹으며 인간의 아이처럼 자랐다. 님에게는 실험팀이 가족이었다.
실험팀은 그런 님에게 수화를 배우게 했다. 님의 학습능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개, 고양이 등의 간단한 단어부터 미안해, 고마워 등 표현까지 수화로 구사했다.
‘수화를 구사할 줄 아는 꼬마 침팬지’ 소식에 세간은 들썩였다. 님은 TV쇼에 출연하며 당대 최고의 스타로 거듭났다.
실험팀은 그런 님을 보며 더욱 욕심을 냈다. 인간으로서의 사회화를 시도한 것.
하지만 아무리 수화를 구사할 수 있다 해도 님은 침팬지였고, 단어를 알고 사용할 줄은 알았지만 완전한 문장을 만드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 야생성이 남아있었기에 연구원을 다치게 만들기도 했다.
실험 총 책임자 허버트 교수는 결국 님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오갈 데 없어진 님은 자신이 태어난 곳이었던 침팬지 사육장으로 돌아갔다.
그전까지 실험팀에 의해 침팬지 세계와 격리된 채 살았던 님은 다른 침팬지를 본 적이 없었다. 철창 안에 갇혀 사는 것도 님에게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인간도, 침팬지도 아니었던 님은 침팬지 사육장에서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겪는다. 허버트 교수 등 연구원들은 처음에는 한두번 그런 님을 찾아오는 듯 싶다가 사육장을 향한 발길을 끊어버렸다.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님은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울기만 했다.
그런 님의 마음을 보살펴주는 유일한 이는 사육장의 사육사, 밥이었다. 밥은 직접 수화를 배워 님과 소통하며 그곳에서 님의 하나뿐인 친구가 돼 주었다.
그렇게 평화를 되찾는가 싶었던 것도 잠시, 님의 불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육장 경영자가 경영난을 이유로 님을 뉴욕 의과대학교의 제약 임상 실험장에 보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님은 하루에 수십번씩 다른 침팬지들의 비명을 들어야 했다. 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실험을 견뎌내며 하루하루 죽음의 문턱에 다가갔다.
사육사 밥은 그런 님을 구하기 위해 치열한 법정 싸움을 시작했고, 이 소식을 접한 어느 부유한 농장주가 후원자 개념으로 거액을 들여 님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님은 더이상 예전의 해맑던 친구가 아니었다. 녀석은 수많은 이별과 고통으로 얼룩져 극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폭력성까지 수반돼 사람들은 님을 돌봐주고 싶어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님은 구해진 그곳에서도 외로운 존재가 됐다.
그렇게 님이 홀로 외로움을 견디던 긴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농장에 손님 한 명이 찾아왔다. 사육사 밥이었다. 농장 측은 혹시 밥이 위험에 빠질까 봐 님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이때 님이 보인 반응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밥을 본 님은 곧바로 철창 밖의 손님이 누구인지 알아보았고, 수화 한 마디를 건넨다.
“놀자(Play)”
자신을 아껴준 이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던 님. 그렇게 님과 밥은 함께 시간을 보냈고, 님은 못다 덮은 상처를 치유해나가기 시작했다.
밥은 이후에도 농장에 자주 방문하며 님을 보살폈다. 그리고 님은 죽을 때까지 그 농장에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