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추락사고서 생존해 회복 후 출근했다가 혹등고래한테 먹힌 어부, 이번에도 살아났다

By 안 인규

만약 비행기를 타고 있는 와중에 추락 사고가 난다면 여기서 살아남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대략적으로 200만분의 1이라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살아남았다가 고래한테 잡아먹힐 확률은? 전문가들은 1조분의 1이라고 말한다.

57세 마이클 패커드 씨는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40년 넘게 어업에 종사하며 살아왔다.

지난 2001년, 미국에서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나라 코스타리카로 가던 비행기가 엔진 결함으로 남미 정글 한가운데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5명이 생존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마이클 씨였다.

당시 마이클 씨는 비행기가 추락해 땅에 닿기 바로 직전에 비행기 밖으로 몸을 던져 살아남을 수 있었다.

추락한 비행기 위치는 동떨어진 정글 한가운데였고 생존자들은 라디오 신호를 이용해 구조 신호를 보낸 끝에 며칠 뒤 구조대가 발견,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이때 추락한 마이클 씨의 상태는 무척이나 심각했다. 팔다리는 모두 부러졌고 목과 얼굴에도 아주 심한 부상을 입었다. 의사는 마이클 씨에게 “당신은 하루만 늦게 구조됐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마이클 패커드 씨 / WHDH 방송 화면 캡처

이렇게 운 좋게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살아남은 마이클 씨는 회복 후 고향으로 돌아가 본업인 랍스터 잡이 어부로 복귀한다.

20년 뒤인 2021년 6월 11일. 이날도 평범한 하루였다. 마이클 씨는 아침 일찍부터 동업자와 함께 바다로 나갔다.

랍스터는 물고기처럼 헤엄쳐서 다니지 않고 바다 밑바닥을 기어 다니기 때문에 랍스터를 잡기 위해서는 잠수복을 입고 잠수, 수면 18미터 아래까지 내려가 직접 채집해야 한다.

이날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마이클 씨는 수면 아래로 두 번 내려갔고 총 50kg 정도를 잡았다.

동업자는 “이만하면 됐다. 그만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마이클 씨는 대답했다.

“나 한 번만 더 내려갔다 올게”

그렇게 마이클 씨는 세 번째로 바다에 들어간다.

13미터쯤 내려갔을 때였다. 갑자기 무언가가 마이클 씨의 뒤를 덮쳤다. 마이클 씨는 “마치 트럭이 치고 간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사진=해양 교육 및 연구 협회 제공

강한 힘에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뜬 마이클 씨. 그런데 사방이 깜깜했다. 다리가 너무 아파 내려다봤는데 자신의 다리도 볼 수 없었다. 다리는커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갇힌 공간 안에서는 바닷물이 넘실거렸다. 사방을 손으로 짚어보니 벽 같은 게 느껴졌다. 벽처럼 딱딱하지는 않았고 약간 물컹물컹했다. 어쩐지 그 벽은 움직이는 것 같기도 했다. 부들부들한 무언가도 느껴졌다.

마이클 씨는 직감했다.

“나 지금 고래 입 속이구나… 이렇게 가는 거야… 고래 입 안에서 말이야…”

그런데 공포에 질린 건 마이클 씨뿐만이 아니었다. 더 공포에 질린 건 바로 마이클 씨를 잡아먹은 혹등고래였다.

세계에서 약 6만 마리가량 생존하고 있는 혹등고래는 몸길이 최대 16미터에 몸무게 36톤까지 크는 거대한 동물이다.

다만 혹등고래는 일부러 사람을 사냥하지는 않는 종이다. 혹등고래가 먹고사는 건 아주 작은 물고기와 그보다 더 작은 크릴새우다. 물 안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헤엄쳐 돌아다닌 다음 삼키는 방식으로 섭식활동을 한다.

그러니까 이날 혹등고래는 밥 먹으러 나왔다가 자기도 모르게 마이클 씨를 냠 먹은 것.

BBC 보도 화면 캡처

작은 물고기와 새우만 잡아먹다가 갑자기 웬 다 큰 아저씨(?)가 입안으로 들어오니 혹등고래도 당황했다. 필립 호어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교수는 고래도 아마 매우 놀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마이클 씨는 녀석의 입안에서 필사적으로 주먹과 발로 마구 잇몸을 때리고 있었으니, 혹등고래가 얼마나 겁에 질렸겠는가.

혹등고래는 고개를 마구 흔들며 마이클 씨를 토하기 위해 애를 썼다.

배 위에서 마이클 씨를 찾고 있던 동업자는 “물이 엄청나게 튀는 걸 봤다. 파도가 엄청나게 흔들리고 하얀 거품이 튀었다”고 설명했는데, 이 파도의 정체가 혹등고래의 고갯짓이었다.

마침내 혹등고래가 마이클 씨를 토해낸 순간, 마이클 씨는 암흑 속에서 빛줄기와 함께 하얗게 요동치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마이클 씨는 “멀리 유유자적 사라지는 꼬리가 보였다”고 전했다. 마이클 씨는 무사했다. 다리도 부러진 게 아니라 멍만 들었던 거였고, 마이클 씨는 그날 오후 귀가했다.

이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 응한 마이클 씨는 “살아 돌아와서 가장 처음 한 말은 ‘나 방금 고래 입 속 다녀왔어’였다”면서 “고래에게 가던 길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다음 주에 다시 랍스터 잡으러 출근합니다. 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랍스터 사고 싶으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