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8월, 노르웨이 한 언덕에서 순록 323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언덕 들판에 벼락이 내리꽂혔는데, 당시 들판에 무리 지어 있던 순록들이 지면을 타고 흐른 전류에 모두 감전돼 동시에 숨을 거뒀다.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언덕은 순록 323마리의 사체로 뒤덮였다. 노르웨이 정부는 이에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대응을 했다.
사체들을 치우지 않기로 한 것.
순록 323마리 사체가 썩어가는 광경은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순록 사체를 방치할 경우 쥐나 구더기가 들끓을 가능성이 높고 심한 악취도 발생하며 생태계가 악화해 지역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노르웨이 당국은 사체를 치우지 않았다.
“벼락은 자연 현상이다. 그로 인해 사망한 순록들도 자연 현상 중 하나다. 인간이 손댈 일이 아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20년.
과연 4년 동안 순록 사체들이 방치된 언덕은 만신창이가 됐을까.
지난달 남동 노르웨이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astern Norway) 측은 영국 학술지 왕립학회(Royal Society)에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순록 사체들은 생태계를 부흥시켰다.
남동 노르웨이 대학교 소속 셰인 프랭크(Shane Frank) 박사는 해당 언덕에 방치된 순록 사체들이 까마귀, 독수리, 여우 등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됐다고 밝혔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순록 사체를 자양분 삼아 야생 딸기 등 식물도 번성했다. 이는 식물을 먹고 사는 초식 동물들에도 이로운 일이었다.
인간이 걱정했던 바와는 다르게 자연의 순환력이 훨씬 강했다.
프랭크 박사는 “모든 건 연결돼 있고 순환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