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수많은 강아지를 봐 온 반려견 전문가가 절대 잊지 못하는 강아지의 사연을 전했다.
최근 SBS ‘TV 동물농장’은 1000회 특집 방송을 진행했다.
지난 15년간 ‘TV 동물농장’에 출연하며 다양한 강아지를 만나온 이찬종 반려견 행동심리전문가도 자리에 참석했다.
이날 이찬종 전문가는 절대 잊지 못할 동물로 투견 ‘까불이’를 꼽았다.
6년 전인 2015년, 당시 제작진은 경찰과 함께 불법인 투견 현장을 급습했다.
“이 투견장에 딱 가서 아이들을 구조하는데, 와… 눈으로 못 보겠더라고…”
살기 위해 서로 물고 뜯고 피를 흘려야만 했던, 너무나 참혹했던 현장.
현장에서 구조된 투견들은 다들 피투성이가 된 채 무척이나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남들한테 스파링 상대가 돼가지고, 물려야 하는 애잖아. 쟤들은 살면서 되게 두려웠을 거라고…”
여기서 구조된 투견 중 한 마리인 까불이. 까불이 또한 많은 상처를 입고 구조됐다.
“항상 쟤는 개장 밖에 나오면 물려야 하고 싸워야 되고 원치 않는 싸움을 계속해야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서 물어뜯어야 하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과정을 거친 까불이는 이찬종 전문가가 있는 훈련소로 옮겨졌다.
그러나 강아지들끼리 마주치면 서로 싸우려고 달려드는 다른 살벌한 투견들과 달리, 까불이는 무척이나 겁이 많고 소심했다.
너무 무서워하는 나머지 자기가 제 발로 다시 케이지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이찬종 전문가 또한 “얘는 왜 이렇게 소심하냐”며 의아해할 정도였다.
벌벌 떨며 구석으로 숨어버리는 까불이. 심지어 인형을 봐도 구석으로 도망쳐버리곤 했다.
이찬종 전문가는 “까불이는 아마 다른 투견들의 ‘연습용’ 개였을 것”이라며 “또 까불이는 싸울 상황에 놓였어도 스스로 싸움을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이 잔인함을 보여줬던 거잖아. 그래서 얘를 꼭 치료해주고 싶었어…”
사람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까불이는 실내로 들어와 휴식을 취하는데도 구석에 딱 붙었고, 벌벌 떠느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이찬종 전문가는 까불이가 마음의 문을 열기를 기다리며 40일 동안 훈련했다.
15일쯤 지나자, 까불이는 사람 손에 놓인 사료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까불이가 다시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까불이는 다른 투견들처럼 개를 보고 공격성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른 개가 다가오면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모르고 두려워했다.
덩치만 컸지, 마음은 무척이나 여린 까불이의 사회성을 키우기 위한 맞춤 솔루션이 진행됐다.
아기 강아지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내게 한 것.
처음 까불이는 아기 강아지들마저 무서워서 피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으며 물지 않고 돌봐주려고 했다.
“까불이가 너무 착한게, 애가 물지 않고 돌봐주려고 하더라고..
딱 저 모습을 보고 아, 얘는 되게 착한 애구나.
다른 애들이 까불이를 공격하니까 공격했던거지, 잘 대해주면 자기도 잘 대해준다는 걸 알았지…”
투견장의 나쁜 기억들을 그렇게 서서히 극복해가는 까불이.
그로부터 다시 한 달여가 지났다.
까불이는 다른 강아지들과도 싸우지 않고 잘 뛰어 놀고, 밥도 잘 먹고, 활발해졌다.
평생 원치 않는 싸움을 하는 투견으로 살아야 했던 까불이는 이후 이찬종 전문가가 직접 입양을 보냈다.
“까불이는 멀리 보내지 못하고, 내가 가까이, 일부러 가까이 있는 곳으로 입양 보냈거든. 얘만큼은 내가 좀 뭔가 계속 보살펴주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