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천만명 돌파!’도 옛말이다. 이제 천 오백만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그만큼 버려지거나 학대받는 동물도 많다.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의외로 시골에 사는 개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방송된 SBS ‘TV동물농장’에서도 자해하는 백구의 사연을 전하며 이를 언급한 적이 있다.
방송에서는 한적한 시골 마을, 노부부가 키우는 백구가 소개됐다. 특이한 것은 매일 비명을 지르며 자기 몸을 자해한다는 것.
백구의 행동이 반복되자 마을 사람들도 노부부가 백구를 학대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고 한다. 견주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백구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몰라 답답함을 토로했다.
제작진은 카메라를 설치해 백구의 상태를 관찰했다. 잠시 후 백구는 자신의 몸을 물려고 빙글빙글 돌며 점점 더 포악하게 변했다. 방송에서는 백구의 몸에 난 상처가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얼핏 봐도 꽤 깊어 보였다.
노부부가 말려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형편상 동물병원에 데려가 보지도 못했다.
백구의 상태를 살펴본 전문가는 백구의 이런 행동이 강박증상 중 하나인 충동 장애라고 설명하며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개에게 나타나는 이상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시골에 사는 개들은 보통 짧은 줄에 묶여서 좁은 공안 안에서 생활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고 한다. 백구 역시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자신의 몸을 공격하게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개들은 ‘후각 활동’으로 학습을 하고 스트레스를 푼다. 절제라는 것도 냄새를 통해서 배운다”라고 덧붙였다.
개들의 가장 큰 본능인 후각 활동을 할 수 없었던 게 백구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의 조언으로 할머니는 백구와 함께 1년 만에 산책에 나섰다. 목줄을 한 채 자유롭게 산책을 하도록 했지만 백구는 빙글빙글 돌며 서성였다. 1년을 반경 1M 내에서 움직이다 보니 습관처럼 몸에 뱄던 것이다.
전문가는 “우선 냄새 맡는 법을 좀 알려줘야 할 것 같다”라며 먼저 풀숲에 간식을 숨겨 놓았다. 백구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풀냄새와 흙냄새를 맡았고 간식도 찾았다.
백구는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풀숲을 더듬거렸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백구의 모습은 조금 전까지 자해를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생기 넘쳤다.
그동안 시골에서는 개를 키운다는 건 ‘집을 지킨다’라는 의미가 컸기 때문에 묶어서 키우는 게 일반적이었다. 개와 산책을 한다거나 씻긴다는 개념도 없다. 많은 개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을 묶여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