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의 세계, 포식자에게 잡혀 죽음을 직감한 나무늘보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최근 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타고난 암살자와 타고난 느림보’라는 제목으로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이번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측이 게재한 영상의 주인공은 나무늘보.
나무늘보는 변비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똥을 누는데, 이렇게 극심한 변비(?)를 앓게 된 데에는 사정이 있다.
다름 아닌 평소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녀석이 배변 활동을 위해서는 바닥에 내려가야 하기 때문.
다른 새들처럼 공중에서 그냥 바로 눠도 될 법하건만, 녀석은 예의 바르게도 착실히 나무를 타고 내려온다.
그러나 땅에 내려와 있을 때는 무방비한 상태가 돼 나무 위에 있을 때보다 훨씬 위험해진다는 게 문제다.
이날 영상 속 나무늘보 또한 볼일을 보기 위해 큰 결심을 하고 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지나가던 퓨마가 냄새를 맡고 다가왔다.
나무늘보는 아무것도 모른 채 힘을 주며 쾌변 중이었다. 안타깝게도 퓨마는 굶주려 있는 상태였고, 매서운 눈빛으로 나무늘보를 노렸다.
그제야 사태를 감지한 나무늘보는 황급히 나무로 올라갔다. 하지만 괜히 늘보일까, 녀석은 너무 느렸고, 그런 나무늘보를 빤히 보던 퓨마는 뛰지도 않고 천천히 걸어왔다.
그래도 나무늘보는 최선을 다해 영차영차 올라갔다. 행여나 미끄러질까 나무를 꼭 쥐고 열심히 올랐다.
그 사이 퓨마는 나무에 도착했고, 느긋하게 나무를 살펴보다 가볍게 폴짝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나무늘보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나무를 안고 있던 손까지 살짝 미끄러졌다.
다행히 퓨마도 미끄러졌다. 미끄러진 퓨마는 아예 땅으로 내려가 나무에 발톱을 갈았다. 날카롭게 발톱을 갈아 나무를 더 잘 타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다른 동물이었다면 이 틈을 타 도망갔을 테지만, 나무늘보는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너무 느리니까.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올라갈 뿐이었다.
똑똑한 퓨마는 날카롭게 간 발톱으로 나무 위로 뛰어올랐다. 나무늘보는 선량한 얼굴을 하고 가만히 있었다.
결국 퓨마는 나무늘보의 엉덩이를 무는 데 성공했다. 나무늘보는 끝까지 나무를 붙잡았으나 퓨마의 거센 힘에 질질 끌려 내려왔다.
나무마저 놓쳤다 가까스로 붙잡은 나무늘보. 힘들게 문 먹잇감을 퓨마는 전혀 놓을 생각이 없었다. 아예 자신의 몸무게를 실어 나무늘보를 물었다.
선량한 얼굴에 슬픈 눈을 한 나무늘보는 눈을 꾹 감았다. 그리고 퓨마는 커다란 송곳니를 나무늘보의 몸에 꽂으며 녀석의 숨통을 끊어냈다.
죽을 때까지 나무늘보는 비명은커녕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조용히 숨을 거뒀다.
간혹 나무늘보가 징그럽다며 싫어하는 이들이 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말했다.
“미워하기엔 너무 약한 녀석들을 너무 미워하진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