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3월 14일, 유난히도 하늘이 푸르고 눈이 부신 날이었다.
이날은 소녀 조시의 11번째 생일이었다. 조시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진한 화장을 한 채 60대 노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섰다.
조시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60대 노인의 손을 꼭 부여잡고 펑펑 울었다. 마치 영원한 작별을 예감한 것처럼.
소녀와 함께 있던 60대 노인의 표정은 오히려 담담했고, 눈물을 흘리는 소녀를 꼭 안아줬다.
전 세계 사람들은 이를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결혼식’이라고 불렀다. 도대체 어떤 사연일까.
사실 조시와 60대 노인은 부녀지간이다. 60대 노인은 조시의 아버지인 짐이었다.
짐은 결혼식 5개월 전,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그런 짐에게는 늦둥이 딸인 조시가 있었다. 늦은 나이에 어렵게 딸을 갖게 된 짐은 남은 인생을 딸에게 모두 쓰겠다고 결심했다.
조시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었다.
“난 아빠랑 결혼할래.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잖아”
“아빠는 조시랑 결혼할 수 없어. 아빠는 조시의 손을 잡고 신랑에게 데려다주는 사람이거든. 대신 조시의 결혼식에서 아빠가 꼭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 줄게”
하지만 갑작스럽게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짐은 딸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낙담하고 말았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기 전, 딸의 결혼식을 미리 올려주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형편도 되지 못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기 때문.
다행히도 짐과 조시 부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이 ‘특별한 결혼식’을 도와주기로 했다. 결혼식장은 물론,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꽃 등 모든 결혼식 준비가 무료로 제공됐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그리고 축복을 받으면서 짐과 조시 부녀의 특별한 결혼식이 열리게 됐다.
이날 병든 아버지의 손을 잡은 어린 딸 조시는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지금 이 순간이, 아빠와의 마지막 추억임을 직감했으리라.
결혼식 사진을 촬영한 작가 린지 빌라토르는 “오늘의 이 결혼식 사진이 먼 훗날 조시의 진짜 결혼식에서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