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깨어난 식물인간의 놀라운 한 마디

By 이 충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던 한 남성이 12년 만에 깨어나 놀라운 사실을 전했다.

영국 일간 미러에 따르면, 컴퓨터 기술자를 꿈꾸던 마틴 피스토리우스는 12세에 희소병인 ‘크립토코쿠스 뇌막염’을 앓아 의식불명에 빠졌다. 그러나 부모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보살폈다.

아침마다 그를 차에 태워 재활센터에 가고 잘 때는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알람을 맞춰 한밤중에도 두 시간마다 자세를 바꿔주는 등 극진하게 보살폈다.

희소병을 앓기 전 마틴(Martin Pistorius)

이러한 부모의 정성과 노력 덕분이었을까. 그는 쓰러진 지 2년만에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틴은 당시 눈짓으로도 의사를 알리기 불가능할 정도의 마비 상태였기 때문에 부모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마틴은 미국 공영방송 NPR에 출연해 “과거 병상에 누워있을 당시 저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모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며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몰랐습니다”고 밝혔다.

투병 당시 장면(Martin Pistorius)

또 “사람들은 내 의식이 돌아온 사실을 모른 채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가족들이 자신을 보살펴주는 긍정적인 기억만 아니라 간병인에게 학대를 당했던 불행한 기억까지 고스란히 갖고 있다.

특히 그는 어머니가 한때 깊은 좌절에 빠져 자신을 보며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털어놨다.

그는 꼼짝없이 누워있는 동안 자신은 평생 완벽하게 외톨이로 살아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끝없이 생각하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절망에 빠진 마틴은 이후 아예 생각조차 차단하려 애썼다고 한다.

Mirror Online

그러던 마틴에게 26세부터 기적 같은 변화가 찾아왔다. 눈짓을 통해 사물을 구별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나온 것.

마틴은 지금도 휠체어 신세지만 PC 자판을 두드려 만든 인공 음성을 통해 의사소통도 할 수 있다. 그는 현재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웹디자이너로 일하며 여동생 친구와 결혼해 단란한 가정까지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Martin Pistorius

마틴은 그는 갇힌 몸에서 ‘탈출’한 원동력으로 ‘존엄성(dignity)’을 꼽았다. “제가 갇힌 몸에서 벗어난 원동력은 ‘존엄성’ 때문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기적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는 마음의 힘을 강조했다. “마음의 힘을 무시하지 마세요. 사랑과 신념의 중요성을 믿고 결코 꿈꾸는 것을 멈추지 마세요.”

Martin Pistori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