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에 단 한 번만 만들어진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제작되고 있는 검의 정체

By 윤승화

사인검(四寅劍)이라는 칼이 있다.

조선 초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검이다.

네 마리의 호랑이가 겹치는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만들기 때문에 12년에 단 한 번만 탄생하는 검이다.

범의 기운이 네 번 겹치는 사인검은 말 그대로 사악한 기운과 재앙을 물리치고 귀신을 베는 검이다. 신성한 영물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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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실제 무기로 쓰는 용도는 아니고, 주술적인 의미로 만든 검이다.

사인검 한쪽 면에는 별자리가, 다른 쪽 면에는 글귀가 쓰여 있다.

별자리는 북두칠성을 비롯해 동서남북 사방을 의미하는 28수 별자리가 새겨지고, 글귀는 보통 뜻 있는 주문이 새겨진다.

문화재청

乾降精 坤援靈 日月象 岡澶形
건강정 곤원령 일월상 강전형

하늘의 정기를 내리고 땅의 신령을 일으켜

해와 달의 상을 갖추고 산과 강의 형태를 이룬다

撝雷電 運玄坐 推山惡 玄斬貞
휘뢰전 운현좌 추산악 현참정

천둥과 번개를 몰아치고 우주를 움직여

거대한 악을 물리치고 현묘하게 베어내어 바르게 하리라

킹콩 by 스타쉽 공식 블로그

12년마다 한 번씩 만드니 무척이나 귀한 보검인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12년마다 만드는 것이 원칙이기는 해도 상황에 따라 제작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이유로 조선 시대에는 왕이나 왕에게 특별히 하사받은 공신만 지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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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선조 시대 사인검을 하사받은 문신 신흠에게 어느 날 갑자기 칼이 어디론가 날아가 쫓아가 보니 집 기둥에 박혔고 거기서 피가 흘러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검이 사악한 것을 찾아내 스스로 날아가서 베었다는 이야기다. 신흠은 ‘사인도가(四寅刀歌)’라는 시를 짓기도 했다.

인검이라는 명칭의 칼은 조선에만 존재한다. 중국에도, 일본에도 이런 검은 없다. 우리 민족만의 특별한 검이라고 볼 수 있겠다.

12년에 한 번 만드는 귀신을 베는 검이자 실존하는 성검, 사인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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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조선 왕가의 자손을 통해 현대까지 제작 방법이 고스란히 전해져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2010년 2월 21일 인시(오전 3~5시)는 경인년(庚寅年) 음력 정월(寅月) 8일(壬寅日)로 지난 1998년 이후 12년 만에 돌아온 사인검 제작일이었다.

이와 관련, 사인검을 본따 지금도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할 때 대통령이 삼정검(三精劍)이라는 검을 하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