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이웃들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살신성인’ 안치범 씨가 네티즌들에게 오래도록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 9일 새벽 4시경, 애인이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한 남성 김모 씨가 화풀이로 여성이 사는 마포구에 있는 21개 원룸이 있는 5층짜리 건물에 불을 질렀다.
이때 건물에 불이 붙은 것을 눈치채고 다른 4명과 함께 먼저 빠져나온 안치범(당시 28세) 씨는 급히 119에 신고한 후 연기가 가득 찬 건물 안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치범 씨는 뛰어들어가 집집마다 벨을 누르고 불이 났다고 큰 소리로 외쳐 이웃들을 대피시켰다.
이웃들은 “새벽에 자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누군가 ‘나오세요’라고 크게 외쳐서 대피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치범 씨의 노력으로 이웃들은 모두 무사했지만 정작 본인은 연기에 질식해 5층 계단에서 쓰러진 채 소방관들에게 발견됐다. 당시 쓰러져있던 그의 손은 뜨겁게 달아오른 문들을 두드리느라 심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소방관들은 급히 치범 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9월 20일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치범 씨는 생전에 성우를 꿈꿔온 청년이었다. 혼자 성우 학원에 다니기 위해 지난 6월에 원룸으로 이사해 살다 화재에 휘말린 것.
특히 치범 씨가 숨진 당일은 응시했던 성우 시험의 접수 마감일이었다. 이로 인해 치범 씨는 ‘자신의 업으로 삼으려던 목소리를 가장 고귀한 일에 사용하고 떠났다’는 평도 받았다.
치범 씨의 가족에 따르면 평소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던 치범 씨는 “무슨 일이 나면 네 몸부터 잘 챙겨라”는 어머니 말씀에 “그런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부터 구해야죠”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전해졌다.
이후 치범 씨의 시신은 많은 국민들의 지지로 국립대전현충원 의사상자 묘역에 안장됐다.
당시 빌라에 불을 지른 김씨는 지난 해 7월 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미지=채널A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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