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여인숙 관리인이 출입문에 손글씨로 빼곡히 적어둔 ‘독거노인’의 이름들 (영상)

By 김연진

지난 2018년 기준 노인빈곤율 세계 1위. 바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노인빈곤율은 약 43%로, OECD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41년에는 국민 3명 중 1명이 노인인 나라가 된다.

하지만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약 56.5%가 “노후준비를 따로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고령화는 점차 빨라지지만, 그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사회적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과거 EBS ‘다큐프라임’ 측은 대한민국의 심각한 노인빈곤율의 실태를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제작진은 사업 실패, 노후 준비 부족 등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을 만났다.

부산 쪽방촌 골목에 있는 여인숙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는 65세 장복이 씨는 과거에 큰 배를 소유한 선주였다. 그러나 중동 오일쇼크로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고,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현재는 허름한 여인숙에서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곳에 머무는 투숙객들은 대부분 가난한 독거노인이었다. 모두 노후 준비가 부족해 연금, 기초생활수급비 등에 의존해 생활했다.

또 경비원, 청소부 등 단순 노동업에 종사하면서 약간의 돈을 벌었지만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이 여인숙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인숙 출입문에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손글씨로 빼곡히 적힌 이름들.

“무연고자예요. 납골당에 있는 사람들”

여인숙에 머물다가 숨진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무연고자, 즉 가족이 없어 돌아갈 곳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무연고자의 죽음을, 장복이 씨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 이름을 쓰다 보니, 어느새 출입문에 빼곡하게 새겨졌다.

EBS ‘다큐프라임’

장복이 씨는 투숙객의 안부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다. 밥은 먹었는지,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지.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고독사였다.

그는 “독거노인을 힘들게 하는 건 경제적인 어려움만이 아니다. 외로움도 크다. 만 원이 있으면 쪼개서 며칠도 살 수 있지만, 외로움은 쪼개서 살 수 없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지난 2016년 기준 무연고 사망자는 1232명으로 파악됐으며, 그중 절반이 60대 이상의 ‘고독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