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전쟁 나가 싸우려 자원입대하던 날 찍은 사진, 4년 뒤 살아 돌아와 찍은 사진

By 안 인규

“첫 번째 사진은 너를 보고 있고 두 번째 사진은 너를 꿰뚫어 보고 있다”

여기, 한 사람을 4년이란 시간을 두고 찍은 두 장의 사진이 있다.

1941년, 예벤 코비테프는 러시아에서 미술학교를 막 졸업해 화가를 꿈꾸던 청년이었다. 그러던 도중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나치가 침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예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에 자원입대, 전쟁참전했다. 1941년 6월 22일, 전쟁터로 떠나던 당일에는 기념사진도 한 장 남겼다.

매끈한 피부, 빛나는 머릿결,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사진에 그대로 담겼다.

안드레이 포즈디예프 박물관

입대한 지 세 달여 지난 1941년 9월, 예벤은 독일군에게 붙잡혀 전쟁 포로로 전락했다.

예벤은 독일의 악명 높은 한 강제 수용소에 수감됐다. 시설이 무척이나 열악해 전쟁 포로와 민간인 9만명이 사망한 곳이었다.

수만명이 갇힌 좁디좁은 수용소에서는 24시간 내내 악취가 났다. 예벤은 이곳에서 2년을 살아남았다.

2년 뒤인 1943년, 예벤은 수용소에서 탈출해 다시 군에 합류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폴란드, 독일 전역에서 다양한 군사 작전에 참여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됐다.

안드레이 포즈디예프 박물관

원래대로라면 영웅 훈장이나 메달을 수여받았어야 마땅하지만, 예벤은 받지 못했다.

고위 사령부가 예벤에게 영웅 훈장 및 메달 수여를 거부했는데, 전쟁 포로로 군 경력을 망쳤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4년 만에 빈손으로 고향에 돌아온 예벤. 예벤은 또다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깊게 팬 주름, 어딘가 무섭도록 형형한 눈빛과 표정.

예벤이 겪은 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최악의 전쟁으로 평가받는다. 4년 동안 이런 전쟁을 목도한 청년은 완전히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