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8살 청년 변재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생후 10개월 때 주사를 잘못 접종받아서 생긴 부작용으로 하지 마비 장애인이 됐습니다.
학교에 갔는데, 이동식 수업을 하더라고요. 과학 수업은 과학실 가서 듣고, 이런 수업이요.
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이동식 수업을 전혀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퇴했어요. 그다음 검정고시를 보고 스스로 공부했습니다.
저 나름 똑똑했어요.
한국에서는 최고 예술 명문대로 통하는 국립 4년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어요.
대학 졸업 후에는 바로 취업해서 연구원으로서의 삶을 살죠.
세계 최고 글로벌 기업, 구글코리아의 첫 장애인으로 비즈니스 인턴을 했습니다.
또 대학원은 서울대학교를 다녔습니다.
저는 장애인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빨리 성공하고 싶었거든요.
서울대 석사 논문을 쓰다가, 장애인 인권 시위를 벌이는 단체 관계자를 만났어요. 거기서 제가 뭐라고 했는 줄 아세요?
당신이 그렇게 떼쓰면 떼쓸수록 세상은 어려워진다. 당신 같은 사람이 장애인 욕 먹이는 거다. 이랬거든요.
근데 저보고 같이 운동하재요.
“무슨 운동이요, 축구요?” 그러니까, “아니 그거 말고 데모”이러더라고요.
저는 안된다고 했죠.
“저 해커스 어학원 다녀야 돼요. 지금 강의 결제해놔서. 다음 달까지 무조건 토플 점수 따야지 추천서 받고 유학 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러는 거예요.
“코로나인데 그게 가능하겠어?”
그래요. 코로나19.
이건요, 공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그냥 차별받는 사람은 다 죽더라고요.
청도대남병원에서 100여 명의 장애인이 집단감염됐다는 소식 듣는데… 네, 뭐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네, 뭐, 저도 장애인 인권운동 시작했습니다.
근데요, 장애인 인권운동 하려니까 ‘범죄집단’에 들어가야 하데요?
한 대표님은 전과 27범, 다른 대표님은 전과 5범. 대표님들 벌금 조회도 안 된대요. 벌금이 너무 많아서.
이분들 다 죗값 치르겠다고 자진해서 출석했거든요.
근데 탈 수 있는 차가 없었어요. 장애인용 호송 차량이 없었어요.
아무튼 장애인 인권단체 들어가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탈시설장애인 정당’이라는 걸 만들었어요.
돈도 없고, 빽도 없으니까 뭐… 우리 비록 정치인이 못 되지만, 장애인 정책을 널리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보자 해서 만들었거든요?
근데 ‘OOO 당’이라는 이름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다고 경고가 들어왔더라구요.
그래서 성당, 식당, 숭구리당당 이것도 정당인가요? 라고 지금 물어본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다 누구도 피해가지 않는 방법으로 다 정책 제안을 했습니다.
공무원분들께 공손하고 겸손하게 전화도 하고요, 국회의원 분들께 머리도 조아리고 다 하는데,
이렇게 하면은 장애인들끼리 요구한다고 들어주지 않는 세상인 거예요.
언제 움직이냐면, 난리 난리 생난리를 쳐야 움직여요.
난리 난리 생난리를 쳐야 ‘어우~ 정말 얘네 귀찮아서라도 이거 해봐야겠다’ 이런 식인 거예요.
착한 장애인으로 저 살아봤거든요? 살아봤더니 좋더라고요.
착한 장애인은 개인의 삶을 바꿀 수 있어요. 근데 나쁜 장애인은 제도를 바꿀 수 있어요.
저는 이번 생은 아마 악역으로 살 것 같은데…
이걸 보고 계신 여러분들도 언젠간 장애를 갖게 되실 거예요.
죽기 직전이 될 수도 있겠고요. 아니면 나이가 들어가면서일수도 있고요.
정말 불행하게는 내일 당장 어떤 사고를 당하실 수도 있어요.
삶의 최전선을 지키기 위해, 비장애인까지도 누구나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결국은 제 삶은 이름 없이 끝나더라도 제 다음의 삶은 그냥, 공기처럼 당연하게 존중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라서요.
그게 나쁜 장애인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요?
지난달 29일 CBS 방송국 산하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는 ‘구글이고 뭐고 다 때려침. 그리고 장애인 범죄집단으로 이직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영상이 게재됐다.
위 내용은 해당 영상에 출연한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의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글이다.
청년 변재원이 속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년째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01년 지하철을 타려던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에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해당 단체 소속 활동가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구속과 벌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