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몰라 친구에게 ‘3억 7천만원’ 사기당한 할머니가 한글 배우고 쓴 시

By 김연진

3억 7천만원. 할머니는 한순간에 빚쟁이가 됐다. 감당할 수도 없는 거액의 빚이었다. 한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다.

이에 할머니는 이를 악물고 한글을 배웠다. 이제는 사기를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였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길순 할머니가 쓴 ‘3억 7천’이라는 제목의 시가 화제를 모았다.

해당 작품은 ‘2018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 출전해 특별상(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상)을 수상했다.

김길순 할머니 / 관악구평생학습관

김길순 할머니는 실제로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작품에 녹였다. 한글을 몰라 친구에게 3억 7천만원을 사기당했다고 고백했다.

친구는 “너는 글을 잘 모르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했고,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도망쳤다. 김길순 할머니는 3억 7천만원이라는 빚을 떠안게 됐다. ‘날벼락’이라고 그 순간을 표현했다.

김길순 할머니는 아들 방까지 빼면서 빚을 갚았다.

“글만 알았어도… 글만 알았어도…”. 할머니는 가슴을 치며 후회했고, 그때부터 기를 쓰고 글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3억 7천’ / 2018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김길순 할머니는 작품에서 “이제는 은행도 혼자 가고, 싸인도 한다. 사기당한 돈 3억 7천이 글 배우게 된 값이다”라고 외쳤다.

작품에는 시뿐만 아니라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다. 눈물을 펑펑 흘리는 할머니의 자화상을 보면, 김길순 할머니가 당시 어떤 심정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김길순 할머니는 특별상을 수상하고 “배운 것이 없다 보니 항상 주눅이 들어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무시받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친구의 말에 속아 덜컥 화장품 가게를 열었다. 친구는 가게를 담보로 3억 7천만원을 대출받아 도망갔다”고 고백했다.

이어 “다시는 세상에 속지 않고 당당하게 살고 싶어서 글을 배우게 됐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길순 할머니의 시 전문

 

3억 7천

 

“너는 글 잘 모르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고마운 친구와

화장품 가게를 시작했다.

명의도 내 이름

카드도 내 이름으로 해준 친구가

너무 고마웠다

 

어느 날 친구는

은행 대출을 해서 도망갔고

나는 3억 7천만원의 날벼락을 맞았다

아들 방까지 빼서 빚을 갚으며

‘글만 알았어도… 글만 알았어도…’

가슴을 쳤다

 

나는 기를 쓰고 공부를 시작했다

이제는 은행도 혼자 가고 싸인도 한다

사기당한 돈 3억 7천이

글 배우게 된 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