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생활 끝에 숨을 거둔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며 쓴 군인의 편지가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지난달 17일 페이스북 페이지 ‘군대나무숲’에 한 익명의 글이 업로드됐다.
“안녕, 잘 지내? 거기도 여기처럼 따뜻해졌겠지?”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장문의 편지글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겼다.
#제보일시: 2019년 4월 11일 오후 11:41안녕, 잘 지내? 거기도 여기처럼 따뜻해졌겠지? 오늘 휴가를 내고 너가 살던곳, 너가 자주가던 카페, 그리고 너와 내가 만났던 곳에 갔었어. 아직도 그곳에 가면…
Posted by 군대나무숲 on Wednesday, April 17, 2019
얼마 전 부사관에서 중사로 진급했다는 글쓴이 A씨.
그는 “아직도 너의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보여 힘들다”고 운을 떼며 세상을 떠난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쏟아냈다.
이어 “네가 꽃보다도 예뻤다”며 여자친구와 함께했던 행복한 나날을 추억한 A씨는 “네가 머리가 어지럽다고 했을 때 진작 병원에 데려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그런 괴물 같은 게 너의 머릿속에서 너를 괴롭히고 아프게 하고 있을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편지의 내용으로 보아 A씨의 여자친구는 뇌관련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추측됐다.
A씨는 “너는 내가 기침만 해도 사소한 것까지 챙겨줬는데, 나는 네가 아플 때 정작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며 자신의 무신경을 책망했다.
또 “내가 배운 거 없고 무식한 군인이라 너의 아픔이 그냥 흔한 두통인 줄 알았다”며 한스러움도 토로했다.
아픔을 호소한 끝에 결국 쓰러진 A씨의 여자친구는 병원에 입원한 직후 머리를 짧게 깎았다.
A씨는 “(그 모습을 보고) 진짜 눈물이 안 멈추더라”라며 “내가 너무 한심하고 미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그 와중에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머리를 짧게 깎은 직후 글쓴이를 만나 “이제 머리 모양이 비슷해졌다”며 웃었다는 것.
당시 부사관이었던 A씨는 얼마 후 중사로 진급했다.
그는 “진급한 날 혹시라도 기적이 있을까 기대하면서 병원에 갔는데, 넌 역시 예쁜 얼굴 띤 채로 잠만 자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병상에 잠든 여자친구 옆에서 조용히 셀카를 찍은 일을 추억한 A씨는 “꼴에 진급했다고 정복 입고 너랑 사진도 찍었다. 사진을 찍으니까 또 눈물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일주일 후 여자친구는 세상을 떠났고 A씨는 “너한테 받은 게 많아서 아직 해주고 싶은 게 산더미처럼 많았다”며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극단적인 생각까지 해봤다는 A씨.
하지만 그는 “그런 식으로 만나게 된다면, 네가 안 기뻐하겠지?”라며 “좀 더 살다가, 좀 더 노력하다가 네 곁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A씨는 “오늘 네 사진 앞에 예쁜 꽃이랑 사진을 두고 왔다”며 “3년을 사랑했고, 2년을 그리워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영원히 널 사랑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리고 “너무 보고 싶다”는 말로 편지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