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8,848미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고비는 ‘죽음의 지대’, 일명 ‘데스존(Death Zone)’이라 불린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이르는 루트는 이곳 단 하나뿐. 사람이 딱 한 줄로 올라가야 하는 폭이 좁고 가파른 능선이지만, 정상까지는 코앞 몇백 미터만 오르면 된다.
문제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적합한 날씨는 1년 365일 중에 며칠 되지 않는다는 것. 날씨가 좋으면 하루에도 1,000명 가까이 이곳으로 몰려든단 얘기다.
이들이 다 전문 산악인이냐? 아니다.
여행사들은 인당 수천만원씩을 받고 아마추어 등반객들을 에베레스트로 데려다준다. 에베레스트가 있는 네팔 당국도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증이 큰 수익원이기 때문에 이를 용인한다.
등반의 기초도 갖추지 못한 초심자들은 그렇게 호기로운 마음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한다.
사람들은 끝없이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엄청난 줄이 이어지고, 긴 행렬에 갇힌 등반객들은 꼼짝없이 ‘죽음의 지대’에 얽매이고 만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려는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죽음의 지대’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이른바 ‘죽음의 행렬’이다.
‘죽음의 지대’는 산소 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위험한 곳. 숨을 아무리 쉬어도 산소에 대한 갈증이 인다.
산소가 부족한 이곳에서 자기 차례를 몇 시간씩, 반나절 이상 기다리는데, 제시간에 다시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기다리다가 죽음에 이른다.
다시 말해 산소가 부족해 죽기 싫으면 에베레스트 정상을 최대한 빨리 찍고 돌아와야 한다.
한 전문 산악인은 “(죽음의 지대를) 왕복하는 데 12시간이 아닌 20시간이 걸리면 보조 산소까지 떨어진다. 매우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게 그렇다.
수천만원을 들여 에베레스트에 왔는데, 저기 정상이 코앞에 보이는데 포기하고 돌아서기란 쉽지 않다.
“저렇게 눈앞에 보이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고작 몇백 미터만 가면 되는데.
여태까지 노력과 돈이 아까워서라도, 이왕 온 김에 저기 잠깐 찍고 오면 되지”
전문가들은 최근 에베레스트에서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눈사태나 강풍 같은 자연재해가 아닌, ‘죽음의 지대’에서의 교통체증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 사망자 대부분이 등반객들이 너무 많이 몰려 제시간에 하산하지 못하고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