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발생한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딸이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렸다.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어 한숨이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 “어머니를 살해한 음주운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재됐다. 청원자는 분이 터지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겠는 듯 시종일관 간절한 어조로 글을 적어 내려갔다.
청원자에 따르면, 안타까운 사고는 지난해 10월 3일 오전 2시 12분경에 발생했다. 인천시 경인고속도로를 주행 중이던 청원자의 어머니는 만취한 상태로 차를 몰던 가해자 A씨의 벤츠에 돌연 치여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93%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사고를 당한 어머니는 우리 가족의 아침 식사로 쓰일 예정이었던 닭갈비 재료를 뒤집어쓴 채 사망했다”고 말한 청원자는 “그런데 가해자는 경미한 외상만 입은 채 멀쩡히 차에서 걸어 나왔다”고 덧붙였다.
청원자는 “故 윤창호 씨의 안타까운 사고 이후 정부와 사법부는 처벌 강화를 약속했고, 저희는 그것을 믿었다”라며 “하지만 인천 지방법원은 가해자에게 고작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말해 공분을 자아냈다.
“그런데 가해자는 이 처벌조차 무겁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라고 전한 청원자는 “더 이상 상식을 기대할 수 없는 듯해 국민 여러분의 도움을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청원자의 어머니는 20년 가까이 집안의 기둥 역할을 맡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파견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자식들을 도맡아 키우셨다. 봉사 단체의 임원으로서 주위에 온정을 베푸는 데도 열과 성을 다했다”고 설명한 청원자는 “‘갑자기 엄마가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는 가정이 얼마나 가슴 서늘한 것인지 알아주시리라 믿는다”며 청원에 대한 참여를 호소했다.
청원자는 이어 사고 전날 어머니와 나눈 메신저 내용을 공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어머니는 “영어로 ‘소중한 내 인생’이 뭔지 알려달라”고 물었고, 청원자는 “My precious life”라고 답했다. 그런 청원자의 어머니가 다음날 바로 청원자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청원 마감일인 오늘 30일(11시 30분 기준) 현재 총 참여 인원은 20만 2815명을 기록하고 있다. 청와대는 20만 명의 참여 인원을 넘긴 청원에 대해 관련 부처 장관급이 직접 답변하도록 하는 정책을 운영 중이다. ‘음주운전 솜방망이 처벌’이 지속되며 많은 국민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