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문가 이유남(57) 서울 명신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방방곡곡 강연을 다닌다.
강연 주제는 ‘나처럼 키우면 자녀를 망친다’이다.
몇년 전 유행한 책 제목 같지만, 마케팅 기법이 아니라 이 교장의 절절한 체험이 녹아들어간 주제다.
책을 내기도 했었다. 제목은 ‘엄마 반성문’. 2년전 출간한 이 책은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며 엄마들의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책에서 이 교장은 “나는 무식하고 무지한 부모였다”라고 고백했다. 교육 전문가로서는 쉽지 않은 고백이었을 터.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형’이다.
이 교장은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을 꿈꾸며 자녀들을 닦달했고, 시달리던 아들과 딸은 한때 엄마와 등을 지기도 했다.
하지만 둘은 이제 엄마에게 수줍게 사랑고백하는 행복한 딸, 행복한 아들이 됐다.
이 교장이 털어놓는 자신의 과거는 ‘따뜻한 엄마’가 아닌 ‘무서운 감독자’였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가 입버릇이었다.
그는 집에 오면 먼저 거실 TV부터 확인했다. TV의 열기로 자녀들의 시청시간을 가늠하고는 예정보다 길어지면 불호령을 내렸다.
두 아이는 저녁마다 각종 학원을 전전하며 학교생활을 하다가 어느덧 고등학생이 됐다.
2007년 4월 우등생이던 고3 아들이 폭탄선언을 했다. “엄마, 도저히 학교 못 다니겠어요.”
아들은 엄마의 꾸지람과 학교 선생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해 8월 자퇴했다. 이 교장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한달 뒤, 고2 딸도 오빠를 따라 자퇴했다. “잘나가는 오빠도 학교를 그만뒀는데”라는 이유였다.
둘은 자퇴후 방에만 틀어박혀 지내며 폐인처럼 생활했다.
이 교장은 “아이들 명문대 보내는 희망으로 살았는데, 둘 다 자퇴하자 내 꿈이 사라져버렸다”고 당시의 참담했던 심정을 떠올렸다.
참담함은 이 교장만의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 역시 “목소리만 들어도 소름 끼친다”며 엄마를 멀리했다. 아들은 엄마 목을 조르기도 했고 딸은 자해소동마저 벌였다.
그렇게 1년 반을 지내던 이 교장은 어느 순간,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저렇게 된 건 자신 때문이라는 자각이 들었다.
그는 아들이 전교 1등을 해도 칭찬보다 떨어진 수학점수 지적부터 했던 자신이 보였다고.
이 교장은 아이들 방문 앞에서 울며 용서를 구했고, 수개월 뒤에야 아이들은 마음을 풀고 잠긴 방문을 열었다.
이후 이 교장은 엄마로서 아이들을 대하며 칭찬과 존중의 말을 했다. 부서졌던 관계는 그렇게 서서히 아물었다.
이제 아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산다. 아들은 대학에 다니고 딸은 대학을 두번 자퇴했다.
그래도 이 교장은 “아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기쁘다””딸이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뭔가 배울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는 “아들·딸이 내 삶의 스승이 됐다”며 오늘도 “나처럼 살지 말라”고 엄마들에게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