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말살돼버린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

By 윤승화

조선시대 무관이 쓰던 벙거지 모양 모자, ‘전립’.

우리 선조들은 여럿이 모이면 전립을 뒤집은 모양의 불판을 솥으로 사용해 고기를 구워 먹었다.

다양하게 이용했다. 고기도 굽고, 국물도 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전립 자료 사진 / MBC ‘동이’ 캡처

조선 말기 언론인 장지연의 기록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고대의 군사들은 머리에 착용하는 전립을 철로 만들어 썼기 때문에 솥이 없을 때 자기 철모를 벗어 음식을 끓여 먹는 것이 습관이 됐다.

이를 본떠 여염집에서도 냄비를 전립 모양으로 만들어 고기와 채소를 끓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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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우리 고유의 음식, ‘전립투’다.

조선 영조 때 태어나 정조와 순조 때 활동한 실학자 서유구 선생이 쓴 음식 백과사전인 ‘정조지’에도 전립투는 또렷하게 언급된다.

전립투 요리 방법은 모자 모양을 그대로 이용한 방식이다.

성협풍속화첩 / 국립중앙박물관

모자의 갓 안에서 육수가 끓으면 채소를 익히고, 모자챙에는 고기를 굽는다.

고기가 구워지면서 기름이 나오면 기름이 솥 안으로 떨어져 육수와 채소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요리 복원가는 “일반인들, 민가에서까지 널리 전립투를 먹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전립투를 먹을 때는 상하 노소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한 자리에 어울렸다.

KBS ‘한국인의 밥상’ 캡처

그렇게 우리 민족의 고유 음식이었던 전립투가 어쩌다 사라지게 된 걸까.

요리 복원가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전쟁 물자로 무쇠가 공출로 다 나가면서 전립투까지 빼앗겼고 그 바람에 전립투 문화가 사라지고 말았다.

특히 일제는 조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하는 행동을 싫어했기 때문에,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고 여럿이 모여 먹는 음식인 전립투는 일제가 노린 말살 대상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