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점 간판 글자에 불이 꺼져도 수리를 하지 않게 된 따뜻한 사연이 알려졌다.
일본의 남쪽에 위치한 시코쿠섬 에히메현에는 300년 역사를 가진 도고온천이 있다. 일본 3대 고천 중 하나인 도고온천 앞쪽으로는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 있는 아케이드 상점가가 있다.
그 상점 끝자락에 로손(LAWSON)이라는 편의점이 하나 있는데, 이 편의점이 최근 SNS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날이 어두워지면 불이 켜지는 간판에 ‘L’자만 불이 들어오지 않아 편의점은 ‘오손(AWSON)’이 된다. 고장 때문인지, 그러면 왜 수리를 하지 않은 건지 궁금해지는데.
편의점 점주는 “이 간판의 ‘L’자는 2년 전부터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허핑턴포스트 일본판에 따르면 간판의 수리를 미루던 차에 작년 5월 어느 날, 제비 한 마리가 마침 ‘L’자 위에 집을 지었다.
얼마 후 새끼들도 태어났다. 점주는 간판 빛에 제비 가족이 지내는 데에 방해받지 않도록 다시 수리를 미루었다.
이후로도 둥지에는 여러 마리의 제비들이 드나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둥지를 드나드는 제비들이 보이지 않았다.
제비들이 떠나간 이유에 대해 점주 요시모토 슈사쿠(47세)는 “편의점 바로 옆에 있는 상가 아케이드 가림막을 교체하는 공사가 진행됐다”며 “아마 햇살이 강하게 들이치면서 제비들이 둥지를 옮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3월에는 본사로부터 간판을 교체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제비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며 점주는 “일단 기다려 보자”고 하면서 거절했다.
점주의 마음을 알았는지, 봄이 되자 제비 가족은 다시 돌아왔다.
원래 있던 그곳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결국 간판 교체는 또 미뤄졌다.
요시모토는 “이 글자 위에 불이 들어오면 제비들이 지내기도 힘들고 또한 까마귀들이 습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비를 보호하기 위해 간판 수리도 미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물론 도고 온천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도 와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마침 우리 지역에는 제비가 마스코트인 프로야구 구단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캠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며 “제비 가족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