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포기하고 휘청거리는 동생 챙긴 형

By 이 충민

영국 선수 앨리스터 브라운리는 멕시코에서 열린 2016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종 경기의 마지막 순서인 10㎞ 마라톤에서 2등을 다투며 달리고 있었다.

결승선에 가까워진 앨리스터는 자신보다 조금 앞서 달리던 동생 조너선이 비틀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조너선은 선두로 달리다가 결승선을 몇백 미터 남기고 더운 날씨에 지쳐 휘청거리고 있었던 것.

Facebook ‘World Triathlon’ 캡처

이를 뒤에서 목격한 앨리스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어깨에 동생의 팔을 두르고 함께 달리기 시작헀다.

Facebook ‘World Triathlon’ 캡처
Facebook ‘World Triathlon’ 캡처

관중의 큰 환호를 받으며 가까스로 결승선까지 동생과 함께 달려온 앨리스터는 결승선에 이르자 또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동생을 앞세운 뒤 자신은 한 발짝 뒤에서 통과한 것.

Facebook ‘World Triathlon’ 캡처
Facebook ‘World Triathlon’ 캡처

그 사이 앨리스터와 2등을 다투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헨리 슈만이 조너선을 제치고 마라톤 1위를 차지했다. 앨리스터가 그대로 뛰었다면, 1위는 앨리스터가 차지할 가능성이 컸다.

앨리스터는 경기가 끝난 뒤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을 보고 본능적으로 도운 것이지만 다른 선수였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리우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던 두 형제는 국제무대에서 또 한 번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

한편 스페인 트라이애슬론 연맹은 조너선이 경기 중 도움을 받았다며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을 내기도 했지만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은 ‘선수들은 경기 중 다른 선수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은 오히려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이 형제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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