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머나먼 땅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를 도와주었던 에티오피아. 6·25 전쟁이 끝난 뒤 에티오피아에는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한국의 편에 서서 함께 공산주의와 싸웠던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은 민족반역자로 낙인찍혀 재산을 몰수당하고, 직업을 빼앗겨 오늘날까지 최극빈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그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무심했던 많은 사람과는 달리, 에티오피아를 직접 찾아가며 30년 동안 참전 용사들을 후원하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최근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지난 2017년 방영한 tvN ‘리틀빅 히어로’ 에피소드 하나가 재조명됐다.
해당 방송의 주인공은 커피 공장을 운영 중인 신광철(당시 66세) 사장님.
출입국 도장으로 꽉 채운 여권만 5개였다. 원두를 사고팔기 위해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는 걸까.
신광철 사장님의 행선지는 단 한 곳, 에티오피아였다. 신광철 사장님은 “(오늘이) 91번째 에티오피아 (방문)”이라고 전했다.
비행기를 타고 에티오피아에 도착한 신광철 사장님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 중 하나는 어느 작고 허름한 집. 이곳에서 신광철 사장님은 익숙한 듯 집주인을 불렀다.
집주인인 할아버지는 아주 친근하고 다정하게 신광철 사장님을 맞이했다. 할아버지는 과거 6·25 전쟁에 참전했던 참전 용사였다.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광철 사장님은 우연히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접했다.
참전 용사들은 에티오피아가 공산화되면서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게 됐다.
신광철 사장님은 “한국은 아무것도 돕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죄스러웠어요”라고 회고했다.
이후 신광철 사장님은 1995년 참전 용사 후원회를 결성, 자신이 운영하는 커피 공장 수익금으로 참전 용사들을 돕기 시작했다.
벽이 갈라지고 천장에 물이 새는 참전 용사들의 집을 수리해주고, 어렵게 사는 이들을 위해 생활비와 의료비를 지원했다.
사실 신광철 사장님의 공장은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적자의 커피 공장을 운영하며 밤낮없이 고생 중이지만, 30여 년째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을 위한 후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선행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신광철 사장님은 “지금도 우리가 전쟁 때처럼 가난하다면 그저 이웃 나라의 한때의 신세였을 거예요”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우리는 지금 잘살고 있잖아요”라며 “참전 용사들을 돕는 것은 반드시 갚아야 할 은혜”라고 전했다.
신광철 사장님을 향해 한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 할아버지는 말했다.
“한국을 위해 싸운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지금 다시 참전하라고 해도 또 할 것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참전 용사들은 이분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