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미국 신시내티에 사는 한 소녀가 희귀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소녀의 이름은 엘레나. 나이는 이제 겨우 여섯 살이었다.
이듬해 9월 엘레나는 자신의 침대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그 후, 동생 그레이스가 주방에서 접시를 가지고 놀다 엘레나가 남긴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가족은 처음에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엘레나의 쪽지는 가족의 손길이 닿는 곳곳에서 발견됐다.
함께 여행을 갈 때 챙겨간 검은 배낭, 책꽃이의 책과 책 사이, 화장대 서랍 귀퉁이와 장식장의 접시들 사이에서.
암이 진행되면서 말을 하지 못하게 된 엘레나가 가족 몰래 수백 장의 그림 쪽지를 집안에 숨겨놓은 것이었다.
가족은 엘레나가 남긴 쪽지를 모두 찾는데 무려 2년이나 걸렸다고 전했다.
“사랑해요. 엄마 아빠 그리고 그레이스.” “아파서 미안해요.” “그레이스 미소 지어.”
엘레나가 남긴 메시지에는 가족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손을 움직이는 것도 여의치 않아 삐뚤빼뚤하게 조심스레 적은 것도 있었다.
엘레나의 부모는 어린 딸에게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엘레나는 자신이 머지않아 떠나게 되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부모는 엘레나의 마지막 135일간의 투병 생활을 일기로 기록했고 이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일기와 엘레나의 메시지는 ‘남겨진 쪽지’(Notes Left Behind)라는 책으로 출판돼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부모는 인세 전액을 소아암 환자를 위한 기금으로 쓰기로 하고 신시내티에 소아뇌종양을 위한 암 연구재단을 설립했다.
엘레나의 아버지는 ‘남겨진 쪽지’에 이렇게 적었다.
“6년 전 엘레나는 나에게 아버지가 되는 법을 가르쳤다. 한때 건방지고 이기적이던 나는 내 손가락을 감싸는 그 섬약한 손길을 느끼는 순간 빠르게 겸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