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가 처음 출현한 것은 2억 8000만년 전인 고생대 페름기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의 은행나무속이 나타난 것은 1억 8000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이고 전성기는 1억 2000만년 전으로 이때 극지방을 제외한 북반구 전역과 남반구 일부에 19종 이상의 은행나무가 분포했다.
은행나무는 이른바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오랜 지구의 역사를 온몸으로 말해주는 소중한 존재로서 여러모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은행나무는 생물 분류학상으로 상당히 독특한 계보를 가지고 있다. 은행나무속-은행나무과-은행나무목-은행나무강까지 일체 다른 식물은 포함하지 않고 오로지 은행나무 한 종만이 존재한다.
은행나무는 소나무나 소철처럼 씨앗이 밖에 드러난 겉씨식물이지만 침엽수도 아니며 소철과도 다르다. 꽃가루 관 안에서 정자가 움직이는 등 고대 식물의 특징을 지녀, 다윈은 “식물의 오리너구리”라고 불렀다.
어린 은행나무는 심은 지 무려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야만 종자를 맺을 수 있는데, 이처럼 손자 대에 이르러서야 종자를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일명 ‘공손수(公孫樹)’라고 불리기도 한다.
은행나무는 공기정화 효과가 뛰어난 데다 병충해에도 강해 매연과 공해를 견뎌야 하는 가로수로는 제격이다. 하지만 열매는 지독한 악취 탓에 사람들에게 외면받기 일쑤다. 은행나무의 열매는 씨와 과육으로 구성돼 있는데, 과육에는 독성물질인 ‘빌로볼’과 ‘은행산’이 함유돼 있다. 이 두 물질이 냄새의 원인이다.
이러한 악취는 은행나무가 지금까지 2억 8000만년 동안 생존한 중요한 두 가지 비밀 중 하나다. 첫째는 악취이고 이를 발산해 초식 공룡류나 다른 동물로부터 침범당하는 것을 막고 냄새를 좋아하는 동물만을 유인해 멀리 번식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류로써, 은행에 유익한 그러한 동물이 멸종에 이르자 생존이 불가능해졌는데, 인류가 나타나면서 인류의 필요에 의해 은행을 인위적으로 번식시키면서 생존이 가능했다.
그래서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외딴곳에서 야생 상태의 은행나무를 발견하기는 매우 어렵다. 중국 저장성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은행나무가 약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살아있는 화석답게, 은행나무는 수명이 무척 길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효능도 지니고 있다. 구워서 먹기도 하는 은행 열매는 진해, 거담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 은행잎은 심장과 혈류에 좋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로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은행 열매에는 ‘아미그달린’과 ‘메틸피리독신’ 같은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 한 번에 많이 먹으면 복통과 구토가 나고 심할 경우 마비 증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