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악마의 잡초’로 불리는 식물이 한국 한정 ‘고마운 식물’로 여겨지고 있다.
부레옥잠이다.
아마존 정글이 원산지인 부레옥잠은 물 위에 떠다니며 사는 여러해살이풀로, 수질 정화 능력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부레옥잠은 그러나 원산지에서는 물론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잡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다. 세계 5대 잡초로 꼽히기도 한다.
옆 나라 중국에서는 “부레옥잠이 한 해 중국 생태계에 미친 손실만 11억 달러(약 1조 3,124억원)”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부레옥잠의 엄청난 번식력 때문이다. 부레옥잠 한 줌이 엄청난 속도로 순식간에 거대한 호수를 전부 뒤덮어 버릴 만큼 자란다.
사람들이 부레옥잠 위를 걸을 수 있을 정도인데, 그러면서 물아래에 햇빛이 들어가지 못하게 가려버린다.
광합성을 해야 하는 다른 수중 식물이 산소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결국 물고기 등 다른 생물들마저 산소 부족으로 죽어나가게 된다.
부레옥잠은 배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빽빽하게 자라는데 연못이나 호수, 강뿐만 아니라 바다로도 쏟아져 나와 어부들의 생계를 위협한다.
이렇듯 수중 생태계를 박살내기에 세계적인 생태계 교란종으로 취급받고, 전문가들은 부레옥잠이 퍼질 때 “감염”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부러 부레옥잠을 풀어버린다.
“하천아, 강아, 깨끗해져라!”
왜냐고? 겨울에 추워서 부레옥잠이 다 죽기 때문이다.
추위에 약한 부레옥잠은 한국에서는 봄, 여름, 가을 동안 수질 정화에 쓰인 다음 겨울에는 모두 얼어 죽는다. 거기다 죽을 때가 되면 수확해서 비료로 쓴다.
원래는 여러해살이 식물인데, 한국에서는 한 해가 지나기 전에 죄다 죽는 한해살이 식물이 되고 말았다. 그렇기에 한국에서만큼은 이로운 식물로 알려져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