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한 신라인들 미친 것 같다” 소리 듣는 공식 전적 ‘149승 1패’ 지옥의 요새

By 윤승화

한국 사람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사적이 있다. 5세기, 신라가 건축한 삼년산성이다.

충청북도 보은군 오정산에 있는 삼년산성은 성을 쌓는 데 3년이 걸려서 이름이 삼년산성이다.

그만큼 빨리 지은 데다, 겉보기에도 그냥 일반적인 산성 같아 보인다.

이런 삼년산성의 공식적으로 기록된 전적은 무려 149승 1패다.

연합뉴스

백제와 고구려 모두 삼년산성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고려 태조 왕건 또한 삼년산성을 빼앗으려다 크게 패한 바 있다.

딱 한 번, 신라 귀족이었던 김헌창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삼년산성을 거점으로 삼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했다.

삼년산성이 어떻게 함락됐는지 전해지는 기록이 없어 미스터리로 남았다.

이게 대단한 미스터리일 정도냐 하면, 그렇다.

삼년산성에는 동서남북에 각각 하나씩, 성문 총 4개가 있었다.

삼년산성의 정문은 서문이었다.

서문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위에 일부러 가느다랗게 놓은 길을 따라 올라가야 했다.

길 바로 옆에는 성벽이 쭉 이어진다. 서문까지 행군을 하노라면, 성벽 위의 군사들이 화살로 환영(?)하는 구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문을 부수고 어찌어찌 안으로 진입한다고 해도 문 바로 앞에 큰 연못이 자리 잡고 있었다.

뛰어들어가다가 연못에 빠져 죽거나, 서문 위와 연못 양옆, 건너편 공격에 당하기 십상이었다.

반대편 동문은 더욱더 기가 차는(?) 구조다.

동문으로 들어오려면 미로같이 생긴 Z자 구조의 성벽을 굽이굽이 돌아서 들어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성벽 위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북문은? 북문 앞으로 보조 차단벽을 이중으로 만들어 철저하게 방어했다.

남문을 살펴보면, “이쯤 되면 산성을 설계한 신라인들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남문으로 들어가려면 아예 최소 5미터 이상의 사다리를 놓아야 하는, 창문처럼 높은데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 덕분에 삼년산성은 149승 1패, 세상에 둘도 없는 승률을 자랑하는 지옥의 요새로 역사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