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부터 학생, 청년, 중년,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까지. 각 세대가 기억하는 가장 놀라운 사건은 무엇일까.
“살면서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사람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기억을 더듬었다. 대부분 직접 경험한 사건이나 어린 시절에 들었던 뉴스들을 떠올렸다.
각 세대별로 대답한 ‘충격적인 사건’은 모두 달랐다. 그러나 그 대답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의 현대사를 정면으로 관통하는 영상. 보는 내내 코끝이 찡해졌다.
지난 5일 유튜브 계정 ‘odg’에는 “한국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영상이 공개됐다.
인터뷰에 참가한 사람들은 각기 다른 기억을 떠올렸다. 가장 먼저 등장한 학생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떠올렸다.
다른 학생은 2015년에 발생한 메르스 사태. 불과 5년 전에 발생한 또 다른 감염병 사태였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를 떠올리는 학생들이 많았다.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사건이기에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20대 청년들은 2009년 신종플루 사태를 꼽았다. 또 같은 해에 일어났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도 언급됐다.
인터뷰에 참가한 사람들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가파른 역사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 2004년 김선일 납치피살사건, 2001년 9.11 테러.
충격적인 뉴스는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뉴스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꼽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대로 가는 역사의 시곗바늘을 계속 돌려보자.
1997년 신창원 탈옥 사건, IMF 외환위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한 여성은 “(삼풍백화점에서) 친구 어머니가 일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그래서 그때 너무 충격이었다”라고 말했다.
중년들은 1983년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1972년 유신 헌법 제정, 1960년 4.19 혁명 등을 꼽으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꿰뚫었다.
한 할머니는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가슴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해 피난길에 오른 때였다. 그때 그 기억을 떠올리며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당시 할머니는 10살 남짓의 소녀였다.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가는데, 막 총알이 날아와서 애들이 어깨에 맞아서 피가 흐르고…”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참 끔찍하지요”
마지막으로 인터뷰에 참가한 대상은 바로 어린이들이었다. 어린이들은 어떤 기억을 품고 있을까.
“뉴스 알아요? 기억에 남는 뉴스 있어요?”. 이 질문에 어린이들의 대답은 모두 같았다.
“코로나요”. 2020년, 현재.
어린이들은 “(뉴스를 보면서) 얼른 코로나가 지나갔으면 해요”, “요새 너무 나가고 싶고…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고백했다.
밖에 나가서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들. 마스크를 써야 하고, 밖에 나가질 못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커서 어른이 된다면, 행복한 어린 시절이 ‘마스크’로 덮여 있지는 않을까.
30년이 지난 뒤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지금 이 순간.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