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중 조종사가 숨졌다, 곧바로 한 승객이 비행기를 조종하기 시작하는데… (실제 교신)

By 김연진

지난 2009년 4월 12일, 부활절을 맞아 무척 평화로웠던 일요일이었다.

지지직…

그날, 다급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공항 관제탑에 들려왔다. 비행 중이던 항공기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항공기를 조종하던 조종사가 갑자기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이후 심정지로 인해 조종석에서 숨지고 말았다. 항공기는 갈 곳을 잃었다.

YouTube ‘메로니’

이때, 한 승객이 조종석에 앉았다. 다행히도 비행기 조종 경험이 있는 승객이었다. 다만 문제는, 해당 항공기를 조종해본 경험은 전혀 없었다.

이에 급히 관제사에게 신호를 보내 도움을 요청하는데…

지난 1월, 유튜브 계정 ‘메로니’에는 “승객이 비행기 조종 _ 비행 중 사망한 조종사”라는 제목으로 실제 교신 음성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항공기 조종석에 앉은 승객은 관제사들에게 조종법 등을 질문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이 필요해! 교신 유지하자! 어서!”라고 소리쳤다.

YouTube ‘메로니’
YouTube ‘메로니’

교신을 받은 관제사들도 갑작스러운 사고에 당황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라며 승객을 진정시켰다.

그때 한 여성 관제사가 등장했다. “앞에 콘솔 패널 보시면, 자동운항 스위치 보이시나요? 자동운항 모드를 끄세요. 우리 한번, 손으로 직접 조종해봅시다”라고 말하면서 불안에 떠는 승객을 위해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후 “17,000피트로 상승하세요”라며 승객과 여성 관제사가 함께 항공기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조종석에 앉은 승객은 “가장 길고, 가장 넓은 활주로로 부탁합니다!”라고 전했다.

YouTube ‘메로니’

여성 관제사는 “우선 수평을 유지하며 비행을 계속해보세요”라며 “천천히. 조종간을 아주 천천히. 11,000피트로 하강해볼게요. 천천히 하강하세요. 편하신 속도로 하시면 됩니다. 편하신 대로 천천히 11,000피트로”라고 전했다.

그녀는 “정말 잘하고 계십니다. 방향도 잘 잡으시면서 하강하고 있어요”라고 칭찬까지 했다. 조종석에 앉은 승객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었다.

이어 “아주 좋아요. 곧 인근 공항과 연결될 겁니다. 그곳에서 아주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라고 말했다.

잠시 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한 공항 주변까지 오게 된 항공기. 그곳에서는 한 남성 관제사가 항공기를 안내했다.

YouTube ‘메로니’
YouTube ‘메로니’

남성 관제사는 “착륙하고 천천히 파워를 줄이세요. 속도도 좋습니다. 잘하셨어요”라고 항공기를 조종하는 승객을 안심시켰고, 활주로까지 안전하게 항공기를 안내했다. 다행히도 이날은 바람도 거의 안 부는 날이었다.

어떤 사고도 나지 않고 무사히 착륙한 항공기. 조종석에 앉은 승객은 “저기에 주차하면 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성 관제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활주로는 전부 당신 것입니다”

YouTube ‘메로니’

항공기를 조종한 승객은 당시 50대였던 미국인 더그 화이트로, 이날의 비행은 18년 만이었다고 알려졌다. 18년 전 조종석에 앉아본 경험으로 이날 다시 항공기를 조종한 것이었다.

또한 침착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며 항공기를 안전하게 이끌어준 관제사들의 대처도 빛났다.

더그 화이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큰 도움을 준 관제사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