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의료진, 환자들이 오가는 병원 응급실에 3살 아기가 찾아왔다. 입술 주변이 찢어져 응급 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아기가 잔뜩 겁을 먹고 엉엉 울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진이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우는 아기를 달래야 하는 상황.
이때, 베테랑 의사가 나섰다. 그는 아주 능숙하게 아기를 달래며 진료를 시작했다.
과거 EBS ‘메디컬다큐 – 7요일’은 3살 동환이를 치료해준 신준섭 응급의학과 과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동환이는 탁자에 입술을 부딪쳐 응급실에 오게 됐다. 엄마 품에 꼭 안겨 병원 내부를 살피는 동환이. 딱 봐도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입술 부위가 찢어진 바람에 마취 후 봉합 수술을 진행해야 했다. 동환이는 낯선 사람들, 무서운 병원 분위기에 짓눌려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자 담당 의사는 “지금은 울지 마. 좀 있다 울어. 울 때 울어야지. 지금 울면 아깝잖아”라고 동환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동환이는 그 말을 듣고 더 서럽게 울었다. “이따가 울어야 할 때가 생겨. 그때 울어. 응? 지금 울면 손해지!” 담당 의사는 끊임없이 말했다.
“‘아~’하고 있어. 옳지. 잘하네. 좀 있다 울어야 해. 이렇게 가리고. 우는데 얼굴 나오면 창피하잖아. 그러니까 얼굴을 싹 가리고 울자.”
얼굴에 천을 덮고, 주사를 맞으면 더 무서워할까 봐 쉼 없이 말을 걸어주는 의사.
사실 대화 내용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계속 말을 걸어주면서 아이가 겁을 먹지 않도록, 다른 곳에 신경을 쓰도록 만드는 베테랑 의사의 ‘노하우’였다.
진료 자체도 힘들겠지만, 아이가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배려했다.
봉합 수술을 집도하면서도 의사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엄마가 수술 다 끝나고 나면 버스 하나 사줄게”라는 동환이 엄마의 말에 “그거 몇억 할 텐데…?”라며 농담도 건넸다.
“자동차 사러 가자”는 말에도 “우와~”라며 리액션까지 덧붙였다.
동환이는 아닌 척하면서 이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수술이 모두 끝나고 “우리 동환이 너무 잘했어. 뭐 사러 갈까?”라는 엄마 말에 동환이는 눈물을 삼키며 이렇게 말했다.
“뻐-츄(버스). 노란색 뻐-츄”
동환이 진료를 무사히 마친 응급의학과 신준섭 과장은 “소아 환자와 눈높이를 맞춘다는 게 항상 어려운 거 같아요. 제가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해도 격차가 있는 거니까”라고 고백했다.
이어 “대신에 그나마 노력한다는 거. 그게 저에게는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해당 장면은 영상 8분 45초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