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한인 부부가 손님이 맡긴 바지 한 벌을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바지 주인은 미 법원에 근무 중인 현직 판사였다.
세탁소 주인 정진남 씨는 피어슨이라는 이름의 판사에게 바지값의 몇 배를 배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피어슨 판사는 거절했다.
정 씨 부부가 운영하는 세탁소 간판에 ‘고객만족’과 ‘당일수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피어슨 판사는 대신 이를 문제 삼아서 소송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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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주인 정 씨가 바지를 잃어버려 나의 소비자 보호 권리가 침해당했으니 이를 배상해라.
앞으로 정 씨의 세탁소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기에 멀리 떨어진 다른 세탁소를 이용하기 위해 그곳을 차량으로 통행하면서 발생하게 될 기름값과 통행료 등을 배상해라.
그밖에 변호사 선임 비용은 물론, 정신적 피해 비용도 배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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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금액은 무려 5,400만 달러, 한화 약 774억원에 달하는 액수였다. 그나마 이조차도 처음의 6,500만 달러(한화 약 932억원)에서 피어슨 판사가 낮춰준 금액이었다.
사실 바지는 분실한 게 아니었다. 세탁소 내부 물류 실수로 인해 원래 찾아갈 날짜에서 며칠 뒤 세탁이 완료됐는데, 이게 분실로 오해된 것.
바지를 찾은 부부는 얼른 돌려주려고 했지만 피어슨 판사는 영수증과 세탁소 기록이 있는데도 “그 바지는 내 바지가 아니다. 세탁소가 내 진짜 바지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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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슨 판사가 맡긴 바지는 10달러, 약 1만 4,000원짜리였다.
정 씨 부부는 바지값의 1200배인 1만 2,000달러, 한화 약 1700만원이 넘는 합의금을 피어슨 판사에게 제안했다.
피어슨 판사는 끝까지 거절하고 소송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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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다행으로, 한편으로는 당연하게도 미국 법원은 세탁소 주인 부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 사법개혁협회 국장은 “미국의 납세자들은 이런 소송으로 자원이 낭비된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미국 재판부는 부부가 피어슨 판사에게 한 푼도 물어주지 말 것과 오히려 부부의 소송 비용을 피어슨 판사가 부담할 것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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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8만 달러, 한화 약 1억 1,500만원을 쓴 정 씨 부부는 피어슨 판사에게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변호사 선임 비용 청구를 하지 않겠다. 그냥 우리 이쯤에서 소송을 그만하자”
하지만 피어슨 판사는 계속 항소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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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과정에서 이웃들에게 정 씨 부부의 세탁소를 비방하는 전단을 뿌리기도 했고, 이로 인해 세탁소 매출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1992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세탁소를 차린 뒤 열심히 일한 끝에 분점까지 낼 정도로 세탁 사업이 잘 됐지만, 모든 것을 잃은 정 씨 부부.
결국 금전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정 씨 부부는 소송 중에 세탁소 문을 닫고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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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3년간 이어진 소송 끝에 결국 정 씨가 최종 승소했다.
아울러 미국 시민들이 정 씨 부부를 위해 기부금을 모금했고, 그 덕분에 정 씨 부부는 변호사 선임 비용을 모두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 씨 부부는 “이기고 지고를 떠나 상처밖에 남은 게 없다”며 잃은 것이 너무 많다고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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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피어슨 판사는?
피어슨 판사는 소송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해 해고당했다. 피어슨 판사는 물론 이에 또 재임용 탈락 철회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해당 사건은 실제 지난 2007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발생한 이른바 ‘바지 소송’ 사건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