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형편에 외로웠던 우즈벡 아저씨는 낯선 나라에서 온 청년에게 먼저 말을 걸고 낚시를 도와주며 맥주를 사주었다.
지난 7월 여행 유튜버 ‘곽튜브’는 러시아의 최북단 지역인 무르만스크를 여행, 그 여행기를 유튜브 영상으로 기록했다.
이날 이곳이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이야기를 들은 유튜버는 직접 호수 낚시에 나섰다.
낚싯대 조작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호숫가 옆 들판에서 혼자 낑낑대는 유튜버에게 누군가 다가와 “친구”하며 말을 걸었다. 중년 남성이었다.
남성은 자신의 바늘을 빌려주며 유튜버가 낚시하는 걸 도왔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러시아어를 전공한 유튜버는 러시아어가 유창했고, 두 사람은 대화가 잘 통했다.
어몽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러시아에 일하러 온 우즈베키스탄인이었다. 과거 중동에서 일하며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한 한국 아버지들처럼, 한마디로 외국인 노동자인 셈이었다.
한 달 꼬박 일해 버는 돈은 28만원. 47세 어몽 아저씨는 “여기서 일해서, 막노동 관련된 건 다 해서 집으로 돈 보내고 그러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몽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낚시하는 법을 친절히 알려주었다. 유튜버가 민망해하자 “아냐. 넌 처음이잖아. 나도 처음에 그랬어”라고 말도 해주었다.
그러더니 “마트 갔다 올게. 맥주 마실래?”라고 제안했다. 유튜버가 돈을 드리겠다고 하자 한사코 사양하며 “내가 살 거야”라고 고집했다.
맥주를 받은 유튜버가 감사의 뜻으로 한국의 ‘짠’ 문화를 알려주자, 어몽 씨는 잔을 부딪치며 건배사를 읊었다.
“그럼 우리 우정을 위하여”
낚시를 마친 뒤 어몽 씨는 유튜버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공동주택에 있는 방 한 칸이었다.
어몽 씨는 “여기서 나 혼자 살아”라며 “내가 여기서 우즈벡 요리 만들어줄게”라고 또 친절을 베풀었다.
유튜버는 고개를 저으며 “낚시를 도와주셨으니 오늘은 제가 레스토랑에서 대접할게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어몽 씨는 “레스토랑 말고 그냥 식당 가자”라고 말렸다. 유튜버는 “오늘은 그냥 제가 쏘고 싶어요. 오늘 너무 고마워서요”라고 재차 대답했다.
“제가 레스토랑에 가고 싶어서 그래요. 원래부터 가고 싶었는데 혼자서 가기엔 좀 그랬거든요. 같이 가주세요”
그렇게 저녁 시간이 찾아왔다. 인터넷에서 평점 높은 고급 레스토랑을 검색해 찾아간 유튜버와 어몽 씨.
어몽 씨는 “난 아예 모르니까 알아서 시켜줘”라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어몽 씨는 스테이크 굽기 정도를 묻는 질문에도 어리숙하게 “뜨겁게”라고 답했다.
그 뒤 1인당 2만 3,000원으로 러시아 물가로는 꽤 비싼 스테이크가 나왔다.
어몽 씨는 “너무 맛있다. 고마워”를 연거푸 말하며 엄지를 들고 웃어 보였다.
그러더니 “내가 또 대접해야 돼”라며 “내가 우즈벡 돌아가면 꼭 놀러 와야 해. 번호도 있으니까”라고 강조했다.
접시를 깨끗이 비운 어몽 씨와 유튜버는 레스토랑 앞에서 헤어졌다. 어몽 씨는 마지막 인사로 “고맙다. 또 보자. 건강해라”라는 말을 건네며 유튜버의 손을 꼭 잡았다.
어몽 씨와 헤어진 유튜버는 “돈은 내가 썼지만 누가 (어몽 씨처럼) 도와주기가 쉽지가 않은데…”라며 뭉클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홀로 타지에 와서 막노동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본인 또한 외롭고 힘들 터. 그런 와중에도 낯선 사람에게 먼저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베푼 어몽 씨.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풍족하고 여유로운 어몽 씨와 유튜버의 우정을 접한 누리꾼들은 “차디찬 러시아에서 이렇게 따뜻함을 느낄 줄 몰랐다”는 감상평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