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교동 삼거리에 있는 작은 산부인과. 같은 자리를 10년이 넘도록 지켜온 이 산부인과는 조금 특별하다.
이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산모들이 “병원 문 닫을까 걱정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한 삶을 누릴 것만 같은 의사지만, 이 병원을 지키는 의사는 정반대였다.
최근 유튜브 계정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는 ‘다큐공감 317회_어느 분만의사의 1년’ 특집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작은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심상덕 전문의다. 그는 병원의 분만실에서 짐을 풀고, 숙식을 해결하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는 최소 2명의 분만의가 교대로 근무하며 산모를 도와야 한다. 하지만 심상덕 전문의는 홀로 병원을 지킨다.
그는 자신의 재산이 7억 원이라고 밝혔다. 마이너스 7억 원. 즉 빚만 7억 원이라는 뜻이다.
살던 집까지 처분하고 병원에 살게 된 그는 30년이 넘는 의사 생활 끝에 빚만 떠안게 됐다.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의사로서 원칙과 소신을 지키고, 병원을 찾아온 산모들을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겠다는 마음. 그뿐이었다.
병원의 이익을 위해서 산모에게 수술을 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산모와 아기를 위해서라도 수술보다는 자연 분만을 권장하는 사람이다.
함께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참다못해 “환자한테 받을 수 있는 돈은 받아야 해요”라고 말했다.
심상덕 전문의가 “받지… 왜 안 받아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이자 간호사들은 “안 받잖아요!”라고 답했다.
한 간호사는 “원장님은 거의 자원봉사하는 사람이에요. 안 받는 금액이 너무 많아요. 태동 검사도 보험은 한 번만 인정이 되는데, 그 이후에는 무조건 돈을 받아야 하는데도 다 무료로 봐주시고…”라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병원이 경영난에 시달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환자나 산모에게 응당 받아야 할 돈까지 받지 않고 무료로 진료를 해줬다.
또 심상덕 전문의는 어금니가 없는 상태였다. 충치가 많은데 제때 치료를 하지 않아서. 자신의 충치 치료를 할 여유조차 없었다.
허겁지겁 라면을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그는, 앞니로 음식을 씹고 있었다.
어느 날엔 대형 병원 측이 거액의 월급을 주겠다며 이직 제안을 해왔다. 심상덕 전문의는 이를 거절하고, 이 작은 병원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를 버티게 하는 힘은 바로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보람, 신념이었다.
“어떤 의사가 한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데 참여해서 돕고, 두 사람이 왔다가 세 사람이 돼서 나가는… 이런 보람 있는 일을 하는 의사는 없어요. 산부인과 의사 빼고는요”
출산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이 병원은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 어쩌면 병원이 망할 수도 있는 상황.
병원의 이익보다는 소신과 원칙을 지키며 진료를 고집하는 심상덕 전문의. 그는 계속 이 병원을 유지하며 더 많은 산모를 돕고 싶어 한다.
“병원이 잘 돼서 살아남아 있어야 할 텐데… 쉽지 않네요”
“산모 15명 정도만 출산을 해주면, 그냥 병원을 유지할 정도는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