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절도를 저지른 한국 국회의원이 있다. 이 국회의원은 컨테이너에서 살다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1970년, 독일 경찰은 당시 한국 국회의원 박영록에 대해 불법침입, 절도 및 공공재산 파손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박영록 의원은 체포되기 전에 한국으로 도망쳤다.
독일 언론은 경찰에게 한국의 국회의원이 대체 무엇을 훔쳤냐고 물었고, 경찰은 ‘JAPAN(일본)’이라는 글자라고 대답했다.
박영록 의원은 독일 베를린 올림픽 기념관 우승 선수 기념비에 일제강점기 마라톤 선수인 손기정의 국적으로 돼있던 ‘JAPAN’ 글자를 떼어내고 ‘KOREA’로 고치려 했던 것.
1970년 광복절 밤, 박영록 의원은 아내와 함께 기념비 총 5개에서 ‘JAPAN’을 떼어내 그대로 들고 한국으로 귀국해버렸다.
독일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독일로 보내져서 처벌받지는 않았다.
박영록 의원이 귀국하자 손기정 선수는 김포공항까지 마중 나와 박영록 의원에게 “부모님도 못 하던 일을 해줬다”라며 고마워했다.
박영록 의원은 이후 자신이 직접 올림픽조직위원회(IOC)에 편지를 보내 “내가 ‘JAPAN’ 글자를 훔쳤다. 손기정의 국적을 ‘KOREA’로 고쳐달라”고 알렸다.
올림픽조직위원회와 일본은 협조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달 뒤 손기정의 국적 표기는 다시 일본, ‘JAPAN’으로 고쳐졌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박영록 의원의 활약을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박영록 의원은 박정희 정권이 3선 개헌을 시도하자 반대 투쟁을 주도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자 항거한 인물.
그러자 1980년 전두환 정권은 박영록 의원을 끌고 가 고문하고 감금, 협박했다.
고문 수준이 어느 정도였냐 하면, 당시 박영록 의원과 함께 끌려간 아들이 여전히 고문 후유증에 시달릴 정도다.
전두환 정권은 결국 박영록 의원이 재산을 부정 축재했다고 사건을 조작해 박영록 의원의 국회의원 신분을 박탈하고 재산까지 전부 몰수했다.
부정 축재라니. 정치인으로 일할 때 관용차를 붙여준다는 걸 거절하고 걸어서 출퇴근하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던 박영록 의원이었다.
하지만 박영록 의원의 삶은 그렇게 모든 것을 빼앗긴 채 내몰렸고 무너졌다. 2004년에는 박영록 의원의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영록 의원은 이후 볕 하나 들지 않는 2평짜리 컨테이너에서 평생을 살았다. 겨울에는 얼음이 얼고, 여름에는 40도 넘게 올라가는 곳이었다.
이웃들은 박영록 의원이 사는 컨테이너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고 철거 민원을 넣었고, 구청에서는 무허가 건축물이라며 수백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던 박영록 의원은 지난 2019년 향년 97세로 외롭고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떠나기 5년 전, 한 언론사에서 박영록 의원을 찾아갔다.
“하고 싶은 말씀 다 해주세요”라는 기자의 말에 박영록 의원은 애써 참았던 눈물을 와락 쏟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