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보통 엄마와 보통의 딸이 있다.
대학생 딸이 술 마시고 들어온 다음 날, “어이구 잘한다, 대학교는 술 마시는 거 배우러 갔니?”라고 타박하면서도 속 풀리라고 시원한 오이냉국을 해주는 엄마다.
조금 시간이 흘렀다. 대학생이던 딸은 취업해 직장인이 됐다.
집에서 홀로 청소기를 돌리던 엄마는 휴대전화를 꺼내 딸에게 문자를 보낸다.
– 오늘 일찍 오지? 저녁은 김치찌개 어때?^^
조금 더 시간이 흘렀다.
오늘도 엄마는 텅 빈 집, 거실 소파에 홀로 앉아 딸에게 문자를 보낸다.
– 데이트 중?
딸에게 돌아오는 답은 없다. 엄마는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다 여느 때처럼 홀로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쓰려던 엄마. 매일 쓰는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는 집 전화기로 딸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핸드폰 비밀번호가 뭐더라?” 묻는데, 딸은 “엄마 나 회의 준비 중이니까 끊어”라며 끊어버린다.
치매 초기증상이 시작되고 있는데,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하는 딸은 눈치채지 못한다.
야근하고 돌아온 밤, 딸은 집안이 엉망이 돼 있는 걸 발견한다. 부엌 한쪽에 주저앉은 엄마의 팔에는 화상 상처가 생겼다.
“이런 일 생기면 나한테 연락을 해야지!”
“아니 자꾸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나네. 괜찮아. 오이냉국 하려고 물 끓이다가 조금 엎지른 거야”
오이냉국을 하는 데 왜 물을 끓이셨는지. 딸은 무너지는 마음을 꾹 참고 물어본다.
“거기에 뜨거운 물이 왜 들어가?”
“국 끓일 때 그럼 물을 안 끓이고 어떻게 만드니”
사랑하는 가족의 치매 증상을 처음 발견하고 깨닫는 순간이다.
(위 내용은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피키캐스트’에 올라온 보건복지부 치매국가책임제 관련 영상을 재구성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