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인 1998년, 한 남성이 아파트에 침입해 주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빼앗은 신용카드로 151만원을 인출해 사라졌다.
경찰은 범인의 체액에서 혈액형과 DNA를 채취하고 은행 현금인출기에 찍힌 사진도 확보했다. 하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고, 그렇게 18년이 흘렀다.
‘노원 가정주부 살인 사건’은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1998년 당시 해당 사건 수사본부의 막내 형사였던 사람이 있었다. 김응희 경위다.
18년이 지났지만 김응희 경위는 그날, 그 사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수사본부에서 5개월 정도 지내다가 다른 팀으로 가게 됐지만, 피해자 시신을 발견한 가족의 눈물이 김응희 경위에게도 사무치며 가슴에 품게 됐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족분들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다면…”
2016년, 김응희 경위는 다시 이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
먼저 범인의 나이를 추정해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던 전과자 8,000명을 추렸다.
8,000명 중 범행 당시 채취한 혈액형과 같은 AB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은 125명이었다.
김응희 경위는 125명의 사진과 현금인출기 사진을 하나하나 비교해가며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냈다.
이 용의자의 DNA는, 범행 당시 DNA와 일치했다.
김응희 경위는 용의자가 있으리라 추정되는 곳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밤낮없이 그 한 사람만을 기다렸다.
김응희 경위는 그렇게, 18년 전 자신이 잡지 못했던 범인을 직접 붙잡아 18년 만에 죗값을 치르게 했다.
범인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유가족분들께 죄송해서 그동안은 전화도 못 했었어요. 오늘 범인을 잡았다고 연락드렸더니 고맙다고, 어떻게 잡았냐고…”
김응희 경위는 이후 늘 지갑에 넣어가지고 다니던 용의자의 낡은 흑백사진을 버렸다.
오늘날, 이전보다 많이 발전한 과학 수사 방법을 활용해 가슴에 남은 다른 미제 사건들을 밝혀내는 게 김응희 경위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