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도로 위 구급차…그 앞에 나타난 ‘노란 헬멧의 기적’

By 이 충민

지난 2016년 울산의 한 도로, 구급차량에 탄 울산 중부소방서 유곡119안전센터 구급대원들은 속절없이 발만 동동 굴렀다.

당시 구급차는 울산시 중구 장현동에서 남구의 한 병원으로 산모를 이송하는 중이었다.

28주된 산모는 계속해서 호흡 곤란을 호소하고 있어 한시라도 빨리 병원에 도착해야 했던 상황.

하지만 구급차는 퇴근시간 차량 정체에 막혀 도로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구급차 앞으로 노란 헬멧을 쓴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번개처럼 나타났다.

연합

오토바이 운전자는 구급차 앞에 있던 차량 운전자들에게 긴급 상황이니 길을 양보해 줄 것을 알렸다. 일일이 차량 문을 두드리며 차량들에게 호소하자 운전자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모두들 급히 차를 옆으로 비켜주었다.

결국 갑자기 나타난 이 오토바이 운전자의 도움으로 산모는 무사히 병원까지 이송됐다.

산모를 병원에 이송한 뒤 사무실로 돌아와 블랙박스 영상을 살피던 구급대원은 깜짝 놀랐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유곡119안전센터에서 함께 근무하다 다른 곳으로 옮긴 이재현 소방관의 아내였기 때문이다.

KBS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요구르트를 배달하던 최의정 씨는 당시 오도 가도 못하는 구급차를 발견하고 남의 일 같지 않아 앞장서서 길을 터줬다고 말했다.

의정 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랑이 소방대원이고 소방대원의 아내로서 그렇게 도와드리게 됐어요. 신랑 생각도 많이 났구요. 구급차 바로 앞에 병원이 있는데 조금 빨리 길 터주셔서 빨리 병원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최의정(오른쪽)씨와 남편 이재현 소방관. LG복지재단은 최의정 씨에게 ‘모범 시민 표창’과 상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LG그룹)

당시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을 올린 한 소방관은 의정 씨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형수님, 감사합니다. 따뜻한 사람 사는 정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