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이면 맛있는 음식 잘 먹으면서…”, 남들 몰래 국가대표 선수들 후원한 ‘갓뚜기’ 전 회장

By 박 형준 인턴기자

“절대 남들에게 알리지 마라.”

유명한 스포츠 선수에게는 기업의 후원이 붙기 마련이다.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들은 선수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선수들은 지원을 받는 대신 해당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매체를 통해 홍보해야 한다.

기업과 선수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관계를 맺는 것.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인’ 계약 관계를 맺지 않고, 오로지 선수를 위한 마음으로 아낌없는 후원을 제공한 특이한 기업도 있다. 이른바 ‘갓뚜기’라고 불리는 식품 회사, ‘오뚜기’다.

고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연합뉴스

주인공은 ‘오뚜기’의 전 회장 故 함태호 회장이다. 어느 날 뉴스를 시청한 그는 “억지로 먹어가며 체중을 불리는 게 힘들다”는 장미란 선수의 인터뷰를 접했다. 해당 뉴스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함 전 회장은 이내 장미란 선수에게 ‘이상한 계약’을 제안했다.

오뚜기에서 만든 제품을 현물로 제공하고, 금전적인 후원도 진행하는 대신, 절대로 남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장미란 선수가 기왕이면 맛있는 음식을 잘 먹으면서 운동했으면 좋겠다는 함 전 회장의 뜻이 반영됐던 것.

STR/AFP/Getty Images

오뚜기의 후원을 받으며 훈련에 집중한 장미란 선수는 결국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는데 성공했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함 전 회장은 후원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장미란 선수 본인이 몇 차례나 공식 석상에서 오뚜기를 언급하려 했지만 함 전 회장은 그마저도 극구 반대했다.

이후 선수 생활을 은퇴한 뒤 자선 사업에 열중하고 있는 장미란. 오뚜기는 ‘장미란 재단’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를 여전히 후원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윈-윈’이라고 할 수 있는 오뚜기와 장미란의 관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연합뉴스

오뚜기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느 기업처럼 ‘보여주기식’ 선행이 아니다. 오뚜기는 98.84%에 달하는 정규직 비율을 자랑하며, 각종 장학 사업과 더불어 심장병 어린이 수술 비용을 20년 넘게 후원해오기도 했다. 또한 여러 재벌들과는 달리 오뚜기 일가는 거액의 상속세를 당연하다는 듯 납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심적인 기업의 전형을 보인 셈이다.

기업 홍보, 마케팅적 전략이 아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라’는 함 전 회장의 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착한 기업’ 오뚜기의 숨겨진 이야기를 접한 누리꾼들은 ‘역시 갓뚜기’, ‘이래서 내가 진라면을 좋아해’, ‘오뚜기도 다시 봤고, 장미란 선수가 더 좋아졌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