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바다의 해저를 둘러보던 다이버들은 바닥에 생겨난 정원형의 정교한 문양을 발견했다.
문양은 해류로 인해 금세 쓸려갔지만, 곧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다.
누가, 왜, 어떻게, 이런 문양을 만들었을까?
해양생물학자들이 의문의 문양, ‘미스터리 서클’을 두고 연구를 거듭했지만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
수수께끼가 풀린 건 12년 뒤.
2011년 과학자들은 1년 가까이 해저를 자세히 살폈다.
그렇게 문양의 정체를 밝혀냈으며 새로운 생물까지 찾아냈다.
바로 흰점박이복어.
숫기가 없어서 사람들에게 발견된 적이 거의 없는 물고기였다.
몸길이 8cm에 불과한 작고 귀여운 흰점박이복어의 목표는 ‘고운 모래 모으기’.
아기 복어들을 보호해줄 모래를 모으는 것이다. 지느러미를 저어 모래가 떠오르게 한 뒤, 자기가 원하는 곳에 가라앉힌다.
공들여 짓는 보금자리는 흰점박이복어 몸의 20배가 넘는 크기다.
정성껏 만든 정교한 문양이 해류에 망가질까 봐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불순물이 떠내려오면 입으로 재빨리 걷어내야 한다.
성게와 조개껍데기를 입으로 물고 와 꾸미기까지 한다.
사람으로 치면 꽃다발 정도다.
최소 6주 동안 만든 보금자리가 마음에 든 암컷이 찾아오면 암컷은 몇 초만에 보금자리 한가운데 알을 낳고 떠난다. 떠난 뒤에는 돌아오지 않는다.
보금자리를 만들었던 수컷 복어는 혼자 남아 어떻게든 알을 지킨다.
어슬렁거리는 다른 물고기들을 쫓아내고, 모래를 휘저으며 알들에 산소를 공급한다.
그러는 사이 정교한 문양은 서서히 무너진다.
알들이 부화해 아기 물고기들을 떠나보내면, 복어는 새로운 문양을 만들기 시작하며 다음 번식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