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10년간 강남역에서 껌을 파시던 94세 할머니.
강남역 신분당선 연결통로를 지나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껌 파는 할머니’가 어느 날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누리꾼들은 물론, 할머니를 직접 보거나 평소에 대화를 나누던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이 소식은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KBS 다큐’에 공개된 “94세 할머니는 왜, 하루종일 껌을 파나?”라는 영상의 댓글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댓글을 작성한 누리꾼은 “안녕하세요. 같은 건물에 가끔 지나갈 때마다 할머니께 인사드렸던 사람입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라며 소식을 전했다.
이어 “할머니는 부자도 아니시며, 재산도 없으시고, 그저 쓸쓸히 돌아가신, 고독하신 노인이셨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한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을 통해 ‘껌 파는 할머니’와 관련된 소식을 전했다.
그는 “강남역에서 매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가게 바로 옆에서 10년째 껌을 파시는 할머니가 계셨다. 할머니는 우리 가게에 항상 짐을 맡기셨고, 오전 10시쯤 나오시면 내가 항상 짐을 꺼내서 가져다드리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짐을 가져다드리면 할머니는 항상 ‘아가! 너무 고맙다’라며 웃어주셨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받으시면, 항상 나를 챙겨주시곤 했다”라며 “내가 알기론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껌을 파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 할머니가 일찍 집에 가시길래 여쭤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원래 살던 집에서 월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먼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이제 일찍 가야 집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저번 주에 할머니가 오시지 않았다. 날이 추워서 쉬려고 하시나 싶었다. 하지만 그 다음 날에도 오시지 않았다. 평소 할머니를 아시는 분들이 소식을 궁금해했고, 나도 궁금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어렵게 할머니의 아드님과 연락이 닿았던 그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고.
“주무시다가 아침에 일어나지 않으셨다고 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눈물이 나왔다. 가게에서 엉엉 울었다. 하루종일 울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할머니의 남은 짐을 정리하면서 또 울었다”
“할머니께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 드릴걸… 그날이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할머니랑 더 이야기라도 해볼걸…”
“마지막 날까지 짐을 맡기시며 웃고 가셨던 할머니. 좋은 곳으로 가셨길 빈다. 부디 행복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고, 기억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수많은 누리꾼들이 할머니를 추모하고 있다. 현재 할머니가 늘 계시던 그 자리에는,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가 할머니를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