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 삽 ‘거꾸로’ 장착해 두 생명 살린 판단력 갑 운전기사

By 정경환

시뻘건 불길과 검은 연기가 몰아치는 화재 현장에서 이성적으로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한 생명도 아닌 엄마와 아이의 목숨이 걸린 급박한 상황에서는 더욱더 조바심이 일어날 터.

우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신속하고 차분하게 기지를 발휘하는 사람을 ‘영웅’이라 부른다.

SBS ‘심장이 뛴다’

2014년 3월 24일, 대전 중구 사정동의 빌라 2층에서 발생한 화재.

집에 있던 김모(당시 27·여) 씨는 향초를 켜 놓고 생후 2개월 된 아들을 재우다 잠이 들었다.

김 씨가 잠이 든 사이 촛불은 집안에 옮겨붙었고 집안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잠에서 깬 김 씨는 황급히 119에 신고했지만 더욱 거세지는 불길과 유독가스는 이 김 씨와 아들의 생명을 위협했다.

김 씨는 아들을 안은 채 창문을 열고 바깥에 있는 행인들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SBS ‘심장이 뛴다’

그때 마침 근처에서 삽 부분을 거꾸로 단 굴삭기가 빌라로 다가왔고 그 삽 위에는 한 사람이 타고 있었다.

삽 위에 올라탄 사람은 대전둔산경찰서 김용서 경사였고 능숙하게 현장을 지휘하며 화재 현장에 뛰어들었다.

굴삭기 기사는 굴삭기 암을 높게 들어 올려 김 경사를 빌라 창문 근처까지 들어 올렸다.

김 경사는 가까스로 김 씨의 아들을 받아 먼저 구출 하고, 이후 김 씨까지 무사히 구조했다.

SBS ‘심장이 뛴다’

김 경사는 “처음에 사다리를 통해 2층 창가로 접근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고, 기적처럼 굴삭기 한 대가 화재 현장으로 오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굴삭기 운전자도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삽을 거꾸로 달고 이쪽으로 온 것”이라며 “둘이 마음을 합쳐 이들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굴삭기 기사는 구조 작업이 끝난 후 홀연히 현장을 떠났고, SBS 탐사 프로그램인 ‘심장이 뛴다’ 취재진과 연락이 닿았다.

SBS ‘심장이 뛴다’

방송에서 김 씨는 생명의 은인 중 한 명인 굴삭기 기사와 통화를 가지게 되었다.

통화에서 굴삭기 기사는 김 씨에게 “많이 놀랐을 것 같으니 편히 쉬세요”라며 “구해준 건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전해 오히려 김 씨를 위로했다.

5년이 지난 일이지만 당시 이 두 영웅의 활약상은 방송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퍼져 나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