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그림에 담겨 있는 ‘오이 전문 도둑’의 정체

By 김연진

‘오이를 훔쳐 가는 서리꾼’라는 제목으로 누리꾼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그림이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시에 오이가 박혀 있는 고슴도치가 그려진 그림들이 공개됐다.

공개된 사진에는 시선을 강탈할 만큼 귀여운 도둑(?)들이 보인다.

오이밭에 출몰한 고슴도치가 등에 오이를 얹고 있는 모습인데, 아마도 가시에 오이가 박힌 채로 줄행랑을 치던 중으로 추측된다.

한 누리꾼은 “고슴도치가 오이밭에서 한 바퀴 구르면 가시에 오이가 박힌다. 이렇게 오이가 박히면 그대로 도망쳐 오이를 도둑질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이 서리에 성공하면 친구들끼리 그 오이를 나눠먹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욕심 많은 고슴도치가 두 바퀴 굴러 오이를 두 개 가져가려다가 사람 손에 잡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이 사진을 두고 “고슴도치가 너무 귀엽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도둑”이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고슴도치 오이 도둑설’은 지난 3월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이날 출연진들은 “조선시대에 전문적으로 오이 서리를 하는 동물이 있다”라는 문제를 맞혀야 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화가들이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정답은 고슴도치였으며, 예로부터 고슴도치는 ‘오이밭의 원수’라고 불릴 만큼 오이 전문 서리꾼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고슴도치가 오이를 훔쳐 가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 또 다른 의미가 새겨져 있다는 주장이었다.

고슴도치 그림을 잘 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이 그림을 걸면 집안이 풍요롭고 재복이 넘칠 것 같다”

손철주 미술평론가는 고슴도치 그림을 보며 “고슴도치는 가시가 많아 다산을 상징하며, 줄줄이 열리는 오이도 풍요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즉, 과거 화가들이 고슴도치와 오이를 한 그림에 담아내면서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일종의 상징적 예술 행위였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