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 잘 걸리는 혈액형 따로 있다”

By 이 충민

무더운 여름만 되면 장염이나 설사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장염이나 설사에 유독 약한 혈액형이 따로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동아사인언스가 전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특정 혈액형에서 장독성원소 대장균(enterotoxigenic E. coli) 감염에 의한 설사병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임상연구저널’에 이달 17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제임스 플렉켄슈타인 교수는 방글라데시에서 장독성원소 대장균에 감염된 아이들 중 유독 A형 아이들의 증세가 심각해지는 현상을 보고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피실험자 106명을 대상으로 장독성원소 대장균이 담긴 물을 한 컵씩 마시도록 한 뒤 5일간 참여자들의 증세를 관찰했다.

설사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는 항생제를 투여해 곧바로 회복시켰다. 그 결과 A형 참가자의 81%가 증세가 악화된 반면, B형과 O형의 경우 악화된 참가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장독성원소 대장균의 모습(healthcare.bioquell.com)

연구팀은 A형만이 가진 생물학적 특성이 장독성원소 대장균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사람의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붙어있는 당의 종류에 따라 나눠진다. 연구팀이 A형 적혈구의 표면을 관찰한 결과, 장독성원소 대장균이 사람의 장에서 만들어내는 특정 단백질이 A형의 당에 잘 붙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단백질이 대장균과 장세포를 연결시키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