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아프리카 탄자니아 고등학생 에라스토 음펨바(Erasto Mpemba)는 학교에서 끓는 우유와 설탕을 섞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실습을 하고 있었다.
원래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는 크림을 충분히 식힌 다음에 냉동실에 넣어야 하지만 당시 실습실 냉동고에는 자리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음펨바는 냉동고의 자리를 빨리 차지하기 위해 채 식지 않은 크림을 그대로 냉동실에 집어넣었다.
얼마 후 냉동실 문을 연 음펨바는 충격적인 현상을 목격했다. 다른 아이들의 아이스크림보다 자신의 아이스크림이 먼저 얼어 있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선생님을 찾아 이 현상을 질문했지만, 선생님은 음펨바가 착각한 게 분명하다고 대답했다.
의문이 생긴 음펨바는 물을 이용해 같은 실험을 몇 차례에 걸쳐서 반복했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뜨거운 물이 더 빨리 얼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당연히 믿지 않고 그를 비웃었다.
“그건 음펨바의 물리학이야.” “음펨바의 세계에서나 그렇겠지.”
이때 인근 대학의 물리학자인 데니스 오스본(Denis G. Osborne) 교수가 음펨바의 학교를 방문했다. 음펨바는 자신의 관찰에 대해 오스본 교수에게 질문했다. 오스본 교수는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지만 음펨바의 확신에 찬 눈빛을 보고 자신도 실험실에 돌아가서 꼭 실험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실험해 본 오스본 교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언다는 음펨바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하게 되었고, 실험 결과는 1969년 ‘Physics Education’ 저널에 게재됐다(vol 4, p.172-175).
사실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언다는 사실은 이미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록으로 남겼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는 갈릴레오 시대까지 대단했고, 17세기 초에는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언다는 사실은 상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인간의 직관과 배치되기 때문에 수백 년 동안 잊혔다가 음펨바에 의해 되살아난 것이었다.
음펨바 효과는 왜 일어날까? 각종 가설이 난무했지만 2013년에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의 순장칭 교수와 장시 박사팀이 비교적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냈다. 저온에서는 물 분자 내에서 산소 원자-수소 원자의 공유결합은 길어지면서 에너지를 축적하지만, 고온에서는 물 분자들의 간격이 넓어지므로 공유결합 길이도 짧아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것이다.
과학 잡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이 현상을 확인하고 싶은 경우, 그 효과가 최대화되는 섭씨 35도와 섭씨 5도의 물로 실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