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플라스틱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50년대부터다. 그런데 60여년 만에 이미 전세계 바다가 플라스틱으로 오염됐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 2016년 5월 펴낸 보고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마이크로 플라스틱’을 보면, 2010년에만 최소 480만t에서 최대 127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문제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이라는 특별히 작은 미세플라스틱의 광범위한 분포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미세플라스틱 연구를 이끌고 있는 홍상희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말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북극이나 남극 바다에서도 나오고, 사람 활동이 전혀 없는 섬 주변에서도 나온다. 문제는 밀도가 얼마나 되느냐일 뿐 전지구적으로 발견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전문가그룹의 보고서와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달 발표한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 보고서를 보면, 미세플라스틱은 바다 생태계의 기초인 동물성 플랑크톤에서부터 갯지렁이, 새우, 게, 가재, 작은 청어에서 대구와 참다랑어 등의 대형 어류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종에서 발견됐다.
해양생물의 체내에 들어간 미세플라스틱 가운데 나노미터 수준의 작은 것은 세포벽을 통과해 조직 내부까지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소화기관에 머물다 체내로 배설되기에 대부분 내장을 제거하고 먹는 물고기를 통해 인간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홍합이나 굴, 조개와 같은 해산물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들은 바닷물을 빨아들여 그 속의 영양물질을 걸러 먹고 살아가기에 플라스틱의 누적양이 더욱 많다. 게다가 홍합이나 굴, 새우 등은 내장까지 통째로 먹기에 체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유럽에서는 평균적인 유럽인이 홍합과 굴, 조개 섭취를 통해서만 해마다 1만1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영국 브루넬 대학 연구팀도 “조개 100g을 먹으면 약 70개의 마이크로 플라스틱을 먹는 것과 다름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 바다 역시 같은 위험에 처해 있다.
홍상희 책임연구원은 “우리 남해안의 부유 미세플라스틱 밀도는 미국 연안 및 태평양 쓰레기 수렴지대보다는 낮지만 유럽 연안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특히 거제 동부 연안 같은 곳은 바닷물 1㎥에 평균 24.7개가 관찰돼, 평균값으로 보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농도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유엔환경계획은 발표 보고서에서 “마이크로플라스틱보다 작은 나노플라스틱은 태반과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 속으로 침투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나노플라스틱이 조직과 세포 속으로 이동한 이후의 위험을 ‘블랙박스’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