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린 채 글씨 보는 아이들에 과학자들 ‘충격’

By 이 충민

‘본다’는 것은 바깥 세계 정보가 눈의 망막을 지나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눈을 가리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 이론을 초월하는 현상도 존재한다.

1993년, 대만대학교 리스천(李嗣涔) 전기공학과 교수(현 대만대 총장)는 한 소녀의 사연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로사 쿨레쇼바라는 소녀가 세계 최초로 눈이 아닌 손가락으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녀는 시각장애인이었던 자신의 가족을 위해 점자를 읽던 중 손으로 글자를 읽는 능력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리스천 교수팀은 이때부터 ‘손으로 글자 인식’이라는 주제로 10년간 연구해 왔다. 연구팀은 1999년에 ‘손으로 글자를 인식하는 훈련반’을 만들고 7~14세 어린이 69명을 4일간 훈련받게 했다.

눈 가린 채 학습 훈련을 받는 러시아 아이들(zodorov.ru)

실험에서는 글씨가 쓰인 종이를 알루미늄 포일로 덮은 후 상자에 넣어 밀봉한 후 상자 아랫부분을 만져 글씨를 읽게 했다. 그 결과 훈련받은 어린이 중 11명이 글씨를 알아보는 데 성공했다.

또 쪽지에 색연필로 중문, 영문 혹은 도형을 그려 넣은 후 이 쪽지를 여러 번 접어 귀에 넣거나 혹은 손에 쥐여주면 몇십 초 후 글씨나 도형을 알아낼 수 있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가장 극적인 경우는 동물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가오차오우(高橋舞)라는 11살 소녀였다. 눈을 가린 가오차오우는 ‘부처’ ‘예수’ ‘보살’ 등 종교 단어가 쓰인 쪽지를 만지고 밝은 빛이나 반짝이는 십자가를 볼 수 있었다. 또 병을 고쳐주는 부처라는 ‘약사불(藥師佛)’이라는 단어에서는 심지어 약 냄새까지 맡을 수 있었다.

당시 아이들이 맞춘 글자들 (리스천 교수 논문)

리 교수는 이러한 초능력이 존재하는 것은 뇌가 시신경과 감각신경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외부와 소통한다는 의미로 분석했다. 리 교수와 유사한 연구를 하는 물리학자 천젠더(陳建德) 교수는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송과선(pineal gland)이 바로 이러한 초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뇌 중심부에 있는 호르몬 기관 송과선은 특이하게도 시신경 구조를 갖추고 있다. 수련계에서는 사람 양미간 조금 위쪽에 ‘제3의 눈’이 있으며 수련을 통해 이 눈이 직접 송과선과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